지난달 30일 진행된 롯데카드 예비입찰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한화그룹과 하나금융 등 2곳만 응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따른 향후 카드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롯데는 구매자들에게 배포한 입찰설명서에서 롯데카드의 인수가격뿐 아니라 인수지분율을 써내라고 안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93.8% 전량을 팔지 않고 일부 가지고 있으면서 카드와 협업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카드로서는 든든한 '배경'을 두 곳이나 가지게 되는 셈이다. 롯데카드의 2017년 전체 매출에서 롯데 계열사의 비중은 14%가량 으로, 여기에 한화그룹 물량까지 더해지면 롯데카드의 외형이 한층 커질 수 있다. 특히 한화는 갤러리아 백화점이라는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 롯데카드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에 이어 카드사를 확보함으로써 금융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은행과의 협업이 가장 큰 강점이다. 현재 롯데카드는 은행 계좌가 없어 출금 기능이 없는데, 하나금융 품에 안기면 신용카드에 체크카드를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창구를 이용한 영업도 가능해져, 카드 모집인 대신 은행 직원을 활용하게 되면 비용이 덜 들고 효과적인 면도 적지 않다.
또한 하나금융의 하나카드와 합병하게 되면 단숨에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신용판매(개인·법인·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이 롯데카드가 9.57%, 하나카드가 8.92%로, 합치면 18.49%에 이른다. 1위인 신한카드(22.73%)에는 못 미치지만 그다음 순위인 KB국민카드(18.31%)나 삼성카드(17.08%)보다 높다. 롯데·하나카드의 중복 고객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점유율은 단순 합계보다 낮아지겠지만 하위권에 머물던 롯데카드가 단숨에 중상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가 기존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주요 조건으로 거론한 바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합병 후 구조조정 가능성이 큰 하나금융을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롯데카드 인수전에는 재무적 투자자(FI)인 MBK파트너스의 행보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롯데카드 예비입찰에서는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참여가 저조한 대신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몰렸다. 이중 MBK는 롯데카드·손해보험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롯데캐피탈에도 관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롯데 측에서 롯데카드·손보·캐피탈 3개사의 '패키지 딜'을 진행하려고 했던 만큼, 이는 롯데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또한 패키지 딜을 추진하는 MBK가 써낸 가격이 카드, 손보, 캐피탈 각각에 관심 있는 매수자가 제시한 가격의 합보다 많다면 이번 인수전의 주인공은 MBK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카드의 여성 회원 비중이 65%이고, 이중 30∼50대 회원이 79%로 다른 카드사와 고객군이 크게 겹치지 않는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정부의 연이은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로 수익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특히 올해 수수료율이 대폭 내려 일부 카드사는 연간 기준 적자가 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2017년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받는 롯데는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 희망가는 1조5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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