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지긋지긋한 만성 허리통증,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9-07-11 14:27


도움말제공: 서울선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기영 원장

만성 허리통증으로 허리를 부여 잡으며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진료실에 들어 온 환자분이 계셨다. 신체진찰, 영상검사를 종합하였을 때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사람들이 허리는 절대로 건들이지 말라고 했다.'라며 수술 없이 치료를 해달라 부탁하셨다. 진료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가 '의료에 대한 불신'을 체감할 때이다. 과거에는 환자들이 의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오히려 정보과잉이 되면서 어떤 정보가 맞는 것이지 판단 내리기 어려워졌다. 각종 미디어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수술 후 부작용들을 접하게 되면서 환자분들은 의사가 권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진료 현장에 있다 보면 척추 수술 후 지속되는 통증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수술 전·후 사진을 면밀히 비교해 보지만 수술 자체의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수술은 문제 없이 잘되었네요'라고 말하면 안도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전보다 더 수심 가득한 얼굴로 실망하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대부분 '자신이 평생 이렇게 통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건가'하는 불안감과 걱정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에게 정말 수술 후에 통증의 개선이 하나도 없거나 더 심해졌는지 재차 물어보면, 많은 환자들이 다리 저림은 나아졌는데 허리통증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대답한다. 방사통이라 불리는 하지로 내려오는 통증은 허리 척추에서 나오는 신경의 문제로 시술 혹은 수술적 치료로 잘 회복되지만, 허리주변의 통증은 척추, 디스크, 근육, 인대, 신경이라는 복합 구조물에 의한 것이 많아 수술 후에도 쉽게 회복되는 않는 경우가 있다.

MRI가 고가의 영상검사이기는 하지만 만성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분들 중에서 허리 MRI 검사를 시행해보지 않은 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문제는 MRI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경우 환자분들이 자신의 상태를 지나치게 영상검사 결과에 의존하여 판단한다는 것이다. 허리통증이 꼭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이나 척추협착 소견 때문일까? 놀랍게도 해외논문에 따르면 60세 이상 건강한 남녀를 대상으로 영상검사를 실시한 경우 36%에서 추간판 탈출, 21%에서 척추협착, 90% 이상에서 퇴행성 허리 소견이 관찰 되었다고 한다. 아무 증상 없이도 3명 중 1명은 추간판 탈출, 5명 중 1명은 협착 소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추간판 탈출이나 척추협착이 있어도 항상 아픈 것은 아니며, 만성적으로 허리통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허리통증을 말하는데 갑자기 왜 골반 이야기를 꺼내지 궁금해 하는 환자분들이 있을 것이다. 허리가 건물이면 골반은 건물이 버티고 있는 땅이다. 지반이 튼튼하고 고루 다져진 곳에서는 시간이 많이 흘러도 건물이 잘 유지된다. 하지만 지반이 견고하지 않거나 기울어 있다면 아무리 새로이 건물을 짓더라도 오래지 않아 건물에는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요즘 남녀불문하고 체형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지 자신의 어깨나 골반이 틀어진 것 같다고 말하는 환자분들이 많다. 골반의 틀어짐이란 골격구조가 변형된 것이 아니라 비뚤어져 놓여 있는 상태다. 골반에는 허리와 하체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들이 붙어있다. 앉거나 서 있을 때, 걸을 때 허리와 하체를 연결하는 골반은 움직임의 중심축을 형성하게 된다. 골반은 앞·뒤로 움직이거나 좌·우로 기울일 수 있는데 특정 근육의 과도한 긴장이나 이완으로 인해 골반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틀어질 수 있다.

우리 신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중력방향으로 곧게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려 한다. 골반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허리척추는 결국 틀어진 골반의 영향을 바로 전달 받게 된다. 지반이 무너지면 그 위에 있는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듯 틀어진 골반은 허리 주변 근육의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고, 척추 구조물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전달하게 된다. 활동 시 움직임이 적은 골반과는 달리 허리는 신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담당하고 있어 병적인 반응 시 즉각적인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긴장된 허리 근육에 의한 직접적인 통증과 이차적으로 압박된 신경에 의한 통증, 혈류장애로 인한 하지의 부종이나 냉증, 자율신경의 기능저하로 인한 소화기능 장애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골반은 왜 틀어지는 걸까? 만성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에 자신은 무리한 신체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고강도의 신체활동 없이도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있는 경우가 반복되면 정상적인 근육의 균형이 깨지게 되고 충분한 휴식에도 근육의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현대인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잘못된 습관에는 구부정하게 가슴을 굽히는 자세, 다리를 꼬는 자세,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허리는 구부정하게 가슴을 굽히는 자세, 다리를 꼬는 자세,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허리는 구부정하게 의자에 걸터 앉는 자세, 옆으로 기대 앉는 자세, 서 있을 때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지지하는 자세 등이 있다. 자세가 꼭 나쁘지 않아도 골반이 틀어질 수 있는데 평발이나 첨족 등을 포함한 발변형이 이에 해당한다. 그 밖에 턱관절이나 경추(목척추)의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에도 골반에 영향을 주어 골반 주위의 비대칭을 유발할 수 있다.


골반은 주변 근육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틀어지게 된다. 따라서 골반주위 근육의 과도한 긴장과 이완 문제를 풀어주면 많은 경우 틀어진 골반이 바로 잡히게 된다. 실제 다양한 척추 질환 중에서 꾸준한 운동치료로 가장 눈에 띄는 교정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틀어진 골반 문제이다.

이전에는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통증환자들은 핫팩이나 전기패드, 초음파 장비를 통한 물리치료 외에 통증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재활적 개념의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도수치료가 있기는 했지만 비급여 치료로 환자들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 쉽게 접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최근 실비보험이 보편화 되고 다양한 질환에서 치료가 인정되면서 그 혜택을 받는 환자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도수치료는 치료사의 손으로 직접 근육과 근막을 이완하여 몸이 바르게 정렬되도록 돕는 치료를 말한다. 자세를 유지하는 근골격계의 병적인 운동범위 제한을 회복시킴으로써 통증을 없애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환자들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마사지'로 오인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허리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 의심 환자에서 휴식과 물리치료만으로 호전 되었다는 경우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신경을 압박하고 있던 돌출된 디스크 구조물의 자연적인 흡수가 통증은 호전 원인이라 볼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일차적으로 잘못된 허리근육의 긴장도 해소가 있다. 실제 추간판 탈출증 환자에서 교육을 통해 허리와 골반 운동을 꾸준히 시행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낮은 재발률을 보인다. 골반의 문제를 함께 나타내는 환자의 경우 허리와 골반의 치료 외에 턱관절이나 목의 이상여부, 발구조의 변형 등을 분석하고, 턱교정이나 깔창 등 보조기를 활용한 치료를 병행할 때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다.

'골반은 땅, 허리는 건물'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골반의 비틀림의 원인은 근육의 긴장도와 밸런스가 깨지면서 시작되고 도수치료를 통해 바로 잡는 경우 교정이 가능하다. 골반은 허리를 지탱하는 지지기반이기 때문에 만성 허리통증 환자의 경우 골반을 바로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필자 또한 의료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수술의 효과를 부정하고 무조건 비수술적 치료를 행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약물이나 물리치료에도 점점 심화되는 통증이나 감각변화, 근력저하, 대·소변의 기능장애,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경우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만성 허리통증의 경우는 구조적 변형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고찰과 이해가 필요하며, 수술적 치료 이전에 근골격의 교정에 대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스포츠조선 clinic@sports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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