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커피 시장으로 성장했다.
바로 큐그레이더. 특히 고급커피인 이른바 '스페셜티' 시장이 커지면서 큐그레이더(Q-Grader)들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이들로부터 큐그레이더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되는지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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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그레이더는 커피 품질의 등급(Grade)을 정하는 감정사 역할을 하는데 '커피 품질 관리사', '커피향미감정평가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커피를 추출해서 액체로 만드는 직업이 바리스타라면, 커피의 원료를 선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큐그레이더다.
이처럼 큐그레이더는 커피의 원재료인 생두의 품질과 맛, 특성을 감별해 좋은 커피콩을 선별하고 평가하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의 업무를 주로 한다.
업무는 생두(로스팅 되지 않은 날콩)의 외관을 보고 1차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생두를 볶아 만든 원두를 분쇄한 뒤 향을 맡아 평가하고, 분쇄된 원두 위에 물을 부어서 완성된 커피 맛을 음미하며 품질을 평가한다.
큐그레이더가 되기 위해 특별한 교육수준, 나이, 성별 등의 조건은 거의 없다. 다만 좋은 후각과 미각을 지녔다면 유리할 수는 있는데 이 또한 훈련과정을 거치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큐그레이더 자격을 얻으려면 미국 커피품질연구소(CQI, Coffee Quality Institute)에서 출제하는 시험을 거쳐야 한다. 과거에는 미국에 가야만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지만 최근 CQI의 한국지사인 아시아커피감정평가원이나 큐그레이더 시험센터들에서도 자격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이에따라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시험을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3일간 실시되는 자격시험 가운데 실기 테스트에서는 커피의 3대 맛인 신맛, 짠맛, 단맛의 종류와 강도를 구별해내고, 커피 속 최대 아홉 가지 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맛만으로 원산지를 식별해야 하는 등 총 22개의 실기 테스트를 치러야 하며, 실기 테스트를 통과하면 필기 테스트가 이어진다. 자격은 3년에 한 번씩 재시험을 통과해야 갱신된다.
이를위해 자격증 취득 후에도 계속 감별 능력을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한 큐그레이더는 "최소 주 1회 이상 커핑(Cupping,커피를 마시면서 맛과 질을 평가)을 연습해야 감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약 2500명 정도의 큐그레이더들이 활동 중인 가운데 대부분은 자신의 카페를 창업하는 편이지만 일부는 커피 프랜차이즈나 커피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진출하는 이들도 있다.
▶미각·후각에 성실함도 갖춰야…미래전망은 엇갈려
"새로운 커피를 찾기 위해 여러 커피 생산국들을 방문하다보니 다양한 친구들을 만들 수 있고 해당 지역의 문화, 역사 등을 배울 수 있다."
길성용의 큐그레이더 카페 운영자이자 (주)스페셜티커피의 고문으로 활동 중인 길성용씨는 큐그레이더라는 직업의 매력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언론사 미국 특파원 이력이 있는 길 대표는 12년전부터 큐그레이더로 인생의 2막을 열면서 국내 큐그레이더 1세대로 불린다.
그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 큐그레이더를 직접 가르치고 합격시킬 수 있는 큐그레이더 인스트럭터이며 한국에 스페셜티 커피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큐그레이더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길 대표는 "커피 생두를 수입하면서 직접 커피의 품질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질 좋은 원두를 찾기 위해 에티오피아, 르완다, 우간다, 부룬디, 콜롬비아, 파나마 등의 커피산국들을 자주 찾는다.
이처럼 각국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큐그레이더는 미각과 후각 뿐만 아니라 성실함과 인내심도 갖춰야 한다.
그가 꼽는 상급 원두는 에티오피아와 파나마 등에서 생산된 것인데 이 중에서도 가격대비로는 에티오피아산이 가장 좋다.
커피콩의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맛과 향, 그리고 희소성에 따라 대략 ㎏당 1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형성된다.
국내 커피 맛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길 대표는 "국내 한 프랜차이즈 커피업체가 판매하는 커피의 품질을 평가해 주었는데, 미국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전문 브랜드인 '블루보틀' 커피보다 훨씬 맛있었다. 이제 국내 프랜차이즈사들도 커피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큐그레이더의 미래 전망에 대한 의견은 긍정과 불투명으로 나뉜다.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관계자는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커피 산업은 일자리 창출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커피분야가 성장함에 따라 큐그레이더가 설 자리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대해 길 대표는 "최근들어 한국내 큐그레이더가 너무 많아지면서 직업적 희소성이 많이 떨어져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다른 큐그레이더는 "고급커피인 스페셜티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이를 선별하고 평가할 수 있는 큐그레이더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큐그레이더로 취직을 하면 연간 수입은 얼마일까.
일반 큐그레이더이며 바리스타인 경우엔 연봉 1500만원이하로 열악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사의 품질개발 부문에서 근무하면 연봉 4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큐그레이더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길 대표는 "자격증을 따기 보다는 영어회화 능력을 향상시키고 해외나 커피생산지를 많이 다녀보면서 다양한 커피들을 먹어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후각은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다양한 향기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커피를 접하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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