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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 왔습니다. 혁신적인 신약개발의 꿈을 이룹시다"
지난 2016년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기도 판교 소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가서 격려하며 한 말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2일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로써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최초의 제약사가 됐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개의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제약 사업은 고부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인데다, 글로벌 시장에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는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서는 큰 결단이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다.
2002년 최 회장은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약개발이야말로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황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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