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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감독님께서 신인과 같은 마음으로 하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감독님도 그 말씀을 하셔서 개처럼 뛸 생각이다."
김 감독은 "지금 (전)준우가 빠졌으니까. 노진혁이 그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불렀다"고 했다.
노진혁은 6일 부산 KIA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자 매우 민망해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1군 복귀가 지연됐지만, 올해 팀에 많이 기여를 하지 못한 송구한 마음이 컸다.
노진혁은 "내가 1군에서 작년에 말소된 이후로 한 10개월 만에 온 것 같더라. 조금 잘해서 오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은 부상이 있었다. 2군에 있을 때 사직에서 경기하는 것과 1군으로 사직에 와서 훈련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확실히 긴장된다"고 이야기했다.
노진혁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50억원에 계약하며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NC 다이노스 시절 해마다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에 수비력을 갖춘 선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롯데에 온 뒤로는 부담감 탓인지 자기 기량을 한번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3년 동안 187경기에서 타율 0.247(474타수 117안타), 6홈런, 65타점, OPS 0.691에 그쳤다. 지난해는 타율 0.219(137타수 30안타)에 머물 정도로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주전에서 완전히 밀렸다.
노진혁은 올해 누구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겨우내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는데, 부상이 의욕을 꺾었다. 처음에 4주 진단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재활이 길어지면서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노진혁은 "대만에서 1군 캠프를 못 가서 좌절한 게 아니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수비를 하다가 다쳤다. 팀 내 입지가 줄어들다 보니까. 확실하게 아프지 않게 몸을 만들고 경기에 나가겠다고 해서 잘 만들고 나갔는데, 첫 경기에서 타인에 의해 손목을 다쳤다. 손목이 두 군데가 파열돼서 많이 힘들었다. 1루수로 나갔다가 뜬공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타자주자와 충돌해 손목이 꺾였다"며 아쉬웠던 부상 장면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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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혁은 "주장이자 최고참인 선배가 다쳤다. 어찌 됐든 베테랑 선배들이 전반기에 고군분투하지 않았나. 2군에서 이를 갈고 있었지만, (부상 탓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힘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먼저 1군에서 기회를 잡은 김민성을 보며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김민성은 노진혁과 마찬가지로 주전에서 밀려 힘든 시간을 보냈던 터다.
노진혁은 "사실 (캠프를) 대만으로 가면서 내게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을 솔직히 안 했다. 딱 한두 번 기회가 올 때 잡아보자고 생각했다. (김)민성이 형이랑 대만에서 둘이 진짜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민성이 형이 1군에서 첫 타석에 들어갔을 때 안타 치라고 집에서 응원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잘되길 바랐고, 몫을 해줬다. 내가 잘하고 있으면 기회가 오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1군에 있다는 사실이 창피하지 않게, 올 시즌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진짜 미친 듯이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노진혁은 "2군에서 올 때 감독님이 신인 같은 마음으로 하라고 하셨다. 개처럼 뛸 생각이다. 작년에도 한번 이런 기분을 느꼈다. 팀이 잘 나갈 때도 있고, 내가 경기에 안 나가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안 좋다 보다는 나이 먹은 선배들은 다 느끼는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내 소신껏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스스로 창피하지 않게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노진혁은 이날 바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으로 활약하며 7대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0-1로 뒤진 2회말 무사 1, 2루 첫 타석에서 중전 적시타를 날리면서 앞선 105경기 동안 1군에 있지 못한 한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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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