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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시련 속에서도 피어오른 봄꽃, 매화·수선화·붓꽃…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20-03-10 15:47




3월도 중순을 향해 달리고 있다. 봄비에 한낮 기온이 18도를 웃도는 날도 있으니 이젠 완연한 봄이다. 부드러운 해풍과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남녘의 산하에는 요즘 꽃 사태가 한창이다. 훈풍이 휘감아 도는 서해안 양지녘에도 꽃잔치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고혹한 향이 압권인 매화며 노란 수선화, 쪽빛 붓꽃 등 봄의 전령이 그 선두에 나섰다.

올 봄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마당이라 선뜻 봄마중에 나설 수 없으니 아쉬움도 크다. 그래서일까 온라인 화초 주문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대자연이 펼치는 화사한 봄소식을 나누며 잠시 주름진 마음을 펴보는 것은 어떨까.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매화는 시각, 후각은 물론 그 향기를 귀로도 듣는다는 격조 높은 꽃으로,고혹한 향훈이 압권이다. 사진은 섬진강변에 핀 청매화<사진=김형우 기자>


1. 남녘의 봄소식 '섬진강 매화'

매화는 새로운 시작 점, 초봄에 곧잘 어울리는 볼거리다. 특히 시각, 후각은 물론 그 향기를 귀로도 듣는다는 격조 높은 꽃으로, 고혹한 향훈이 압권이다.

때문에 한 떨기 꽃송이만으로도 오감이 충만한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햇볕이 유독 잘 든다는 전남 광양(光陽), 구례 등 남도의 양지에는 이즈음 대자연의 봄 잔치가 한창이다. 양지녘 매화나무마다 아이보리, 연초록, 핑크빛 꽃봉오리가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며 망울을 터뜨려 댄다. 매화는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 부지런히 피어나 청초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이즈음 전남 구례에서 광양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은 탐스러운 매화가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강줄기 따라 이어진 초록대밭에서는 섬진강 봄바람에 댓잎소리가 서걱 거리고, 청명한 하늘빛 담은 푸른 물줄기 주변에는 하얀 모래톱이 지친 물길을 맞는다.
국내 매화 감상지의 대명사격인 광양 매화마을은 1920년 경 마을의 한 선각자가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다. 사진은 섬진강 매화마을<사진=김형우 기자>
상큼한 강바람을 쫓아 광양 쪽으로 내닫다보면 매화나무 천지인 작고 아담한 시골 동네가 나타난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다. '매화마을'로 더 유명한 이곳은 섬진강 물길 중 가장 유려한 경관을 품고 있는 곳으로, 봄이면 하얀 매화가 꽃사태를 이룬다.

국내 매화 감상지의 대명사격인 광양 매화마을은 1920년 경 마을의 한 선각자가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다.

마을 전체가 꽃천지이지만 그 중 소문난 매화 밭은 39만 6000㎡(12만평) 규모의 청매실농원이다. 농원은 매화나무와 장독대, 대숲과 흙 길이 곧잘 어우러진 매화꽃 감상지다. 농원 입구에서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고, 비탈진 언덕을 따라 오르면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익어가는 장독 군락도 나선다. 장독대를 지나 청매화 군락을 지나자면 매화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매화나무 밑에 심어둔 청보리와 매화의 색상대비도 향기만큼이나 상큼하다. 오솔길에 접어들면 매화꽃 속에 파묻힌 운치 있는 원두막이 나서는데, 농원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다. 백운산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매화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2. 서해안 봄소식 '천리포 수목원'


◇태안 바닷가는 해안 특성상 계절이 일주일가량 늦다. 때문에 천리포수목원에는 이제 막 봄꽃잔치가 시작됐다. 사진은 수목원에 피어난 붓꽃<천리포수목원 제공>
요즘 충남 태안반도를 찾으면 봄기운에 흠뻑 젖어들 수가 있다. 특히 그 청량감이 비할 데 없다. 올망졸망 해수욕장과 송림, 사구를 품고 굽이치는 태안반도는 하나의 거대한 산소탱크에 다름없다. 바닷가 솔 숲길에 나서면 시원 서늘한 갯바람이 몸과 마음을 씻어주고, 인근 천리포수목원에서는 화사한 봄꽃 잔치도 펼쳐진다.


◇버들강아지<천리포수목원 제공>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은 '희귀식물의 보고'로 명품수목원 대접을 받는 곳이다.

요즘에는 풍년화며, 노란 수선화, 매화, 쪽빛 붓꽃, 버들강아지, 삼지닥나무, 영춘화, 크로커스 등 다양한 봄꽃이 만발했다. 특히 가늘고 연노란 꽃잎이 특징인 풍년화와 고혹한 향훈을 발산하는 매화의 기품이 압권이다.

풍년화는 낙엽관목으로 겨우내 꽃눈을 품고 있다가 잎이 채 나기도 전에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린다. 땅이 촉촉하면 더 많은 꽃을 피우는 풍년화를 보며 그해 풍년을 가늠했다고 하여 '풍년화'라는 이름을 얻었다.


◇풍년화<천리포수목원 제공>
봄을 맞는다는 '영춘화(迎春花)'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그 모습이 개나리와 비슷한 영춘화는 예로부터 납매, 수선화, 동백나무와 함께 일찍이 꽃을 볼 수 있는 '설중사우(雪中四友)'로도 통했다.

천리포수목원의 또 다른 자랑은 목련이다. 무려 840종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달 말쯤 본격 망울을 터뜨릴 것이라는 게 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팀장의 설명이다.


◇영춘화<천리포수목원 제공>
한편 천리포수목원은 가히 '서해안의 푸른 보석'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멸종 보호종인 '하얀 개나리' 등 총 1만 5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수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초기 소금기 섞인 박토였다. 미국에서 귀화한 민병갈씨(1921~2002)가 1962년 1만 9800㎡(6000여 평)의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현재 총 59만 4000㎡(18만평) 규모의 자연친화적인 생태수목원을 조성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개원 30년 만에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게 됐다.
◇수선화<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친화적 공간이라는 점이다. 매표소를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면 여느 수목원과는 다른 자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특히 입구 근처 해송 숲길에서는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목원은 크게 7개 지역으로 나뉜다. 본원, 닭섬, 사구지역 등 구역이 흩어져 있는데, 각 지역 마다 미세하게나마 환경이 달라 난대성 상록활엽수부터 아한대성 식물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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