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는 힘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방금 우리가 세상에 이겼네요(They think women aren't strong enough, but we just beat the world)" - 미셸 페인(Michelle Payne)
멜버른 컵은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호주 멜버른시 플레밍턴 경마장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경마 축제 중 하나로 '호주를 멈추는 경주(The Race Stops a Nation)'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전세계 경마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주다. 총 620만 호주달러(약 55억 원)의 상금을 놓고 24두의 말들이 대결하는 경주에서 페인은 뉴질랜드산 말인 '프린스 오브 펜젠스'를 타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적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최근 페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38회 아시아 경마회의에도 참석해 영화에 대한 소개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대담에 나서며 자리를 빛냈다. 이어 진행된 시사회에서는 컨퍼런스 참가자들의 극찬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
그러나 이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제주의하늘'은 초반 레이스에선 후미에서 힘을 쓰지 못했으나 4코너를 지나 조금씩 치고 들어오다가 결승선이 다가올수록 몸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최종 결승선에서 결국 머리 차 간발의 승부로 '그녀들'이 들어왔다. 바로 김혜선 기수와 '제주의하늘'이었다.
김혜선의 기수 생활에는 언제나 '최초'가 따라다녔다. 2009년 데뷔한 그는 2013년 여성 기수 최초로 프리를 선언하며 프리기수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남자 프리기수들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줬던 김혜선은 결국 데뷔 후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여자 기수 최초 대상경주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김혜선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하며 환희와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대상경주를 계기로 한 단계 성장하는 기수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감과 함께 팬들과 관계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 또한 잊지 않았다.
현재 김혜선은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동료 기수인 박재이 기수와 결혼에 골인하고 복덩이 아이의 출산을 앞둔 상태다. 채찍은 잠시 내려놓았지만 개인 유튜브 채널인 '슈퍼땅콩 김혜선'을 통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그녀는 그 동안 받았던 트로피와 상패 등을 통해 기수 생활을 돌아보는 콘텐츠를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의 공정 대상, 코리안 오크스, 100승, 200승 기념 트로피까지 어느 것 하나를 베스트로 뽑을 수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그녀였다. 영상 중간 중간 그 때 당시를 추억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영상을 통해 100승, 200승 차곡차곡 이뤄낸 만큼 얼마 남지 않은 300승 또한 이루겠으며 출산 이후 기수로 반드시 복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조교사로서의 꿈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도 얘기했다. 그녀의 복귀와 선전을 바라는 경마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 했던 꿈을 성별과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일궈낸 미셸 페인과 김혜선 기수의 '닮은 꼴' 이야기는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말을 사랑하고 경마를 사랑하는 그녀들의 두 번째 경마 인생이 다시금 뛰고 있다.
김혜선 기수가 왕좌를 차지한 2017년 코리아오크스 경주 실황은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경마정보 > 부산경남경마 > 역대 대상경주 우승마 > 코리안오크스'에 접속하면 당시의 경주 실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기타 역대 대상경주 우승마나 연도 대표마들의 활약 또한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해 감동과 희열의 순간을 추억하고 싶은 경마 팬이라면 접속해 볼 만하다.
코로나19로 국내 경마 레이스가 잠시 쉬어가는 요즘 영화와 유튜브를 통해 다시금 그 때의 감동을 느껴보는 것을 어떨까. 경마를 주제로 오랜만에 개봉하는 영화인 미셸 페인의 우승기 '라라걸'과 슈퍼땅콩 김혜선 기수의 브이로그(V-Log) 그리고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서 마주하는 '경마 온라인 탑골 공원'까지, 그 때의 감동과 추억이 묻어나는 영상들과 함께 아쉬움을 달래며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