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와 저금리 환경 속에서 생활자금 수요, 부동산·주식 투자 수요 등이 겹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전셋값 상승 등으로 신용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이 20∼30%씩 급증했다.
5일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2019년 12월말 610조7562억원에서 2020년 12월말 670조1539억원으로 9.73%(59조3977억원) 늘었다.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8.32%(437조3780억→473조7849억원), 신용대출이 21.6%(109조9108억→133조6482억원) 불었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30.63%(80조4532억→105조98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11월 말(666조9716억 원)보다 3조1823억원 늘었다. 12월 가계 대출 증가폭은 11월(9조4195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월간 증가액이 8조∼9조원에 이를 만큼 '역대급'이었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눈에 띄게 더뎌진 것이다.
이처럼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소 진정된데는 규제에 따른 신용대출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은행들이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대출 한도·우대 금리 축소뿐 아니라 '연말까지 한시적 신용대출 중단'까지 실행하며 극단적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다.
12월 말 신용대출은 133조6482억원으로 한 달 새 443억원 줄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해 1월(-2247억원)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거의 꺾이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473조7849억원으로 11월보다 3조3611억원 늘었다. 8∼11월(8월 4조1606억·9월 4조4419억·10월 4조8629억·11월 4조1354억원)의 4조원대 증가액보다는 적지만, 6월(8461억원)이나 7월(1조3672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4배 수준이다.
특히 최근 전셋값 상승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만 따로 보면, 12월 잔액(105조988억원)이 11월(103조3392억원)보다 1조7596억원 늘어 증가 폭이 11월(1조6564억원)보다 오히려 커졌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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