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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한파로 폐업 속출. 은행권만 '나홀로 샴페인'…성과급 200% 타결에 위로금 규모도 작년보다 늘어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1-01-26 13:40


길어지는 '경기 한파'에 대부분 기업에서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200% 성과급' 등과 함께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불어닥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 수요 탓에 대출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2019년 대비 2020년 은행권 이익이 상당 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이달 19일까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노사가 연이어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 대부분이 임단협을 마무리한 것이다.

4개 은행 노사의 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모두 상급 단체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이전에 협의한 1.8%를 받아들였다. 이 가운데 절반(0.9%)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내용도 공통적이다.

은행별로 '보로금' 등 명칭 차이는 있으나 성과급은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으로 전년도와 약간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먼저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년 전과 동일한 200%, 신한은행은 10%p 낮아진 180%의 성과금을 지급한다.

일례로 부지점장의 경우 월 기본급이 700여만원인 만큼 이들은 1400만원 정도의 목돈 지급이 기대되는 것. 신한은행의 경우 180% 가운데 30%는 3월 쯤 주식 형태로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 13일 임단협을 마친 우리은행 노사는 특별상여금 지급 여부나 규모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확정된 이후에 정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임금 인상률이 전년도인 2%보다 0.2%p 낮고, 일부 은행의 성과급 비율도 소폭 떨어졌다. 그러나 성과급과는 별개로 지급되는 격려금과 위로금, 신설된 복지 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은행 직원들의 주머니는 직전 연도에 비해 두둑해졌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연말 '특별 위로금' 명목으로 150만원이 현금으로 지급된 바 있는데 상당수 호봉에서는 성과급 비율 하락(10%p)에 따른 감소분을 상쇄하고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월 기본급이 7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성과급은 70만원(10%)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전년에 지급되지 않던 150만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성과급에 더해 1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연말연시 '보너스' 성격의 현금의 전년보다 50만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복리 후생 제도도 대거 도입됐다. 농협은행 노사는 특수근무지 수당 대상 확대, 국내여비 개선 등에 대한 합의를 마친 상태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1대1 맞춤 건강관리 프로그램 신설, 육아휴직 분할사용 횟수 확대, 반반차 휴가 신설, 회사가 보증금의 절반을 내주는 공동 임차제도 도입 등을 관철했다.

희망퇴직 조건 역시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나은행의 특별퇴직금은 전년의 최대 27개월 치 평균 임금에서 36개월치(관리자급은 27~33개월)로 늘었으며 농협은행의 특별퇴직금 역시 1년 사이 최대 20개월치에서 28개월치로 늘었다.

이처럼 은행권 전반의 임금 사정이 나아진 것은 수출 업종을 제외하고 내수 업종으로는 드물게 은행 등 금융권의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만을 살펴봐도 KB금융지주(2조8779억원)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5%, 신한금융지주(2조9502억원)도 1.9%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2조1061억원)와 농협금융지주(1조4608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대비 각각 3.2%, 4.8% 불어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5대 금융지주 모두 무난히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악화 속에서도 금융업이 성장한 이유로 업계는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 수요와 영끌과 빚투 열풍에 따른 부동산·주식 투자수요가 겹치며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해 3분기까지 각 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 증가율(작년 말 대비)을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9.9%(211조→232조원)로 가장 높았으며 KB국민은행이 8.7%(269조→292조원)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대출이 각 7.7%(225조→242조원), 7.4%(218조→234조원)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6.8%(220조→235조원) 늘었다.

금융 그룹별 3분기 누적 순이자 이익도 KB금융 7조1434억원(작년 동기 대비 4% ↑), 신한금융 6조450억원(2%↑), 농협금융 5조9604억원(1.1%↑), 우리금융 4조4280억원(0.2%↑) 등으로 작년보다 대부분 늘었다. 다만 하나금융(4조3312억원)은 0.3% 줄어 미미한 감소세를 보였다.

아울러 동학 개미 운동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도 금융 그룹 계열 증권사들에 주식 위탁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익을 몰아줬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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