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상 영어교육 플랫폼 '야나두'가 서비스 혜택을 갑작스럽게 축소,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새로운 버전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이전과 달리 PC를 통한 학습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잡음이 지속될 경우 자칫 회사의 안정적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이어지고 있어 보다 세심한 고객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야나두는 지난해 11월 26일 기존 학습 프로그램 1.0버전에 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추가한 2.0 버전 업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버전에서는 PC를 통한 학습 콘텐츠 시청이 불가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수강 연장 과정에서 기존 앱과 다른 새로운 앱을 다운받아야 하고, 새 버전은 PC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것.
더욱이 야나두는 이 같은 사실을 이메일 등을 통해 개별 안내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PC로 학습하던 도중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회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나두 측은 "교육콘텐츠 이용 행태가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2.0 버전의 앱을 출시하게 됐다"면서 "앱 출시일인 11월 23일 이전에 학습 콘텐츠를 구매한 고객들은 새로 출시된 버전의 상품 지급 동의 후 이전 버전 플랫폼을 다시 오픈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2.0 버전이 출시된 후 신규 학습 이용권을 구매한 회원들에게는 지난 10월부터 야나두 홈페이지에 '앱에서만 학습 수강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회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야나두 측의 배려가 상당히 부족했다'는 반응이다. 신규 회원을 위한 공지는 적극적인 반면 기존 회원들에게 PC 학습 불가와 관련한 우선적 조치나 안내 등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또 현재 야나두는 "PC 서비스 중단으로 이용이 불편하다"고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하는 회원들에게만 이전 플랫폼을 1년 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기존 회원 전체에 대한 '일괄적인 이전 버전 플랫폼 오픈'은 하고 있지 않은 것.
여기에 2.0 버전에 추가된 AI 기능은 PC 버전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이 또한 가장 우선됐어야 할 기존 회원들 대상 편의성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신규 회원이라 하더라도 야나두의 PC이용 불가 공지사항은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 탭을 회원들이 직접 클릭해야 확인 가능한 것이어서, 적극적인 공지 안내가 이뤄졌다고 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회원들은 분석한다.
기존 이용자들에게 회사 측의 이렇다 할 보상책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일부 회원들은 "반강제적으로 앱을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 부당하다", "모바일 앱으로만 강의 수강이 가능했다면 야나두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가입 당시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갑자기 소비자 권리를 마음대로 축소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IT업계 한 전문가는 "더 많은 기기를 통해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대신 기존 디지털 기기 이용을 제한해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힌 것은 바람직한 조치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6월 중 론칭 예정인 3.0 버전에서는 기존과 같은 PC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계획이며 정확한 일정이 나오는 대로 고객들께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월 전까지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기존 회원들에 대한 보상책 등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 번 결제하면 평생 수강 가능하다는 '평생학습 패키지', 알고 보니 '조건부 회원자격 연장' 이벤트 패키지?
야나두를 이끄는 김민철 공동대표는 현재 교육시장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널리 알려진 0원 마케팅, 환불 마케팅 등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야나두의 2019년 연 매출액은 700억원 규모이며, 2020년 상반기 매출액만 500억원을 뛰어넘었다. 특히 2019년에는 배우 조정석을 필두로 한 공격적인 광고가 유행하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야나두는 광고비만 25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이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카카오 자회사이자 모바일 유아동 교육 플랫폼 카카오키즈에 흡수합병되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또 다수의 투자증권사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어엿한 대기업 계열사가 된 회사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용자 불편사항 관리와 미흡한 대처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학습 상품에 대한 설왕설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야나두의 대표 상품은 한번 결제 시 평생 수강이 가능한 '평생학습 패키지'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제만으로 평생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회원들 사이에서 과장광고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야나두의 평생학습 패키지를 이용할 경우, 평생회원 자격 연장을 위해서는 회원 스스로가 77일 이상 수강을 진행해야 한다. 회원 자격 연장 신청 역시 수강 조건을 달성하면 활성화되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회사 측은 연장 신청을 하지 못했어도 회원 자격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며 '재도전 패키지' 등을 통해 다시금 평생수강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개월 안에 77일 이상 수강을 해야 하는 등의 자격 연장을 위한 조건이 다시금 생겨난다.
이와 함께 공식 홈페이지에서 '평생수강 패키지를 구매할 시 일부 조건을 충족해야 평생회원 자격 유지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문구가 '단 한번 구매로 평생 수강' 등 홍보성 문구와 비교해 상품 설명 안내문 최하단에 작은 글씨로 게재돼 있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용자들의 지적도 제기됐다. '한 번 결제로 평생 영어 학습이 가능하다'는 문구 탓에 회원 자격 유지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서비스 이용 시작에 나선 이들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이용자들은 "평생수강 패키지를 샀는데 조건이 필요하다니, 말도 안된다"는 볼멘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평생학습 패키지를 "1년 중 일부 기간 이상 수강 시 매년 연장되는 이벤트 패키지"라 설명하며 "'수강생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의도로 기획된 상품인 만큼, 학습에 대한 독려와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장광고 의혹 등에 대한 질의에는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인터넷 강의 계약 관련 피해 호소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른 2018년부터 2020년 연말까지 접수된 인터넷 강의 계약에 따른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총 1452건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일반적으로 '평생 회원권'이라 함은 지속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업체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적정성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공정위 등 관련 기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백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연내 상장 계획까지 앞둔 대기업 계열사에서 나오는 크고 작은 잡음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안정적 회사 운영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연내 상장을 추진중인 현 상황에서 작은 이슈라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