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미니밴 카니발과 중형세단 쏘나타의 인기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차박'(차+숙박)과 캠핑 등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레저 활동이 늘어나며 실용성 높은 미니밴 카니발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최근 대형 세단과 레저용 차량(R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민차' 쏘나타 등 중형 세단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는 것.
올해 미니밴의 월평균 판매량은 7098대로, 2015년(8375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6년 만에 반등했다.
국내 시장에서 미니밴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승용차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차종이었다. 2000년 국내 미니밴 판매량은 30만714대로, 전 차종(상용차 제외) 판매량(99만3280대)의 30.3%나 됐다.
하지만 2004년 이후 다양해진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종에 밀려 판매량 비중이 5∼6%대로 떨어졌다. 2010년에는 5만3727대가 팔리는 데 그치며 판매량 비중이 4.4%로 추락하기도 했다.
미니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2015년 3세대 카니발이 출시되면서다. 당시 3세대 카니발이 인기를 끌며 미니밴의 연간 판매량은 2003년 이후 12년 만에 1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8년 8월 한국GM의 올란도, 2019년 7월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기아 카렌스가 차례로 단종되며 현재 국내 미니밴 시장에는 상용차로 분류된 스타렉스 등을 제외하면 카니발만 남은 상태다.
작년 8월 출시된 4세대 카니발은 사전 계약 첫날에만 2만3006대를 기록하며 최근 공개된 현대차의 아이오닉 5(2만3760대) 전까지 국내에서 출시된 모든 완성차 모델 가운데 역대 최다 사전 계약 기록을 보유했다.
작년 10월에는 1만2093대가 판매돼 전달에 이어 역대 최다 월간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1998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국내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2월 기준으로 총 1만4196대가 팔려 그랜저(1만6644대)와 포터(1만5578대)에 이어 올해 국내 시장 베스트셀링카 3위를 달리고 있다.
웅장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SUV보다 우수한 승·하차, 공간 편의성 등의 특징 외에도 코로나19로 차박 열풍이 분 것도 카니발의 인기에 한몫 했다.
이런 가운데 수입차 업체들도 새로운 미니밴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토요타코리아는 다음 달 13일 국내 시장의 첫 하이브리드 미니밴인 신형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공식 출시한다. 앞서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패밀리 미니밴 2021년형 뉴 오딧세이를 국내에 출시했다.
반면, '국민차' 쏘나타 등 중형 세단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쏘나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은 판매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말에 이어 이달에도 5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쏘나타와 K5 등 중형 세단의 올해 1∼2월 판매량은 2만83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5028대)에 비해 1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랜저, 제네시스 G80·G90, 스팅어, K7, K9 등 대형 세단은 3만798대로 작년 같은 기간(2만8806대)에 비해 6.9% 증가했다. RV 차종은 7만3810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4만7635대)에 비해 54.9%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대형 세단 위주로 새로운 모델들이 많이 추가된데다 RV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중형 세단의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의 완전변경 3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고급 대형 세단 라인업을 강화했고, 2019년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그랜저는 4년 연속 베스트 셀링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때 '패밀리카'의 대명사였던 중형 세단은 전반적으로 모델이 노후화된데다 그랜저와 RV 차종에게 밀려나면서 부진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차가 8세대 쏘나타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기도 했지만 쏘나타의 작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6% 감소한 6만7440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한 '쏘나타 N 라인'을 출시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판매 반등을 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형차는 지난해 11만8673대가 판매되며 6.4% 감소했지만 올해 아반떼가 실적을 견인하며 판매가 반등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소형차와 대형차의 양극화 구도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과거에는 중형 세단이 패밀리 세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형차와 RV의 인기가 올라가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중형차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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