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간 진행됐던 뚜레쥬르 매각 무산에 대해 가맹점주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향후 뚜레쥬르 사업 정상화 및 재매각 가능성 등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던 만큼, 훼손된 브랜드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가맹점주들 "매각 철회 환영…브랜드 가치 하락 유감"
CJ그룹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당사는 뚜레쥬르 사업부문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과 세부조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매각 계획을 철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라며, 사모펀드 칼라일과의 매각 협상 최종 결렬을 공식화했다.
CJ는 뚜레쥬르 매각을 철회하고 당분간 브랜드 경쟁력 제고와 수익성 개선에 매진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난해 8월부터 추진된 매각이 무산되면서 적지 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우선 뚜레쥬르 매각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신뢰 회복을 이루어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매각 추진이 본격화되자 "CJ그룹이 글로벌 사업확장으로 발생한 손실의 경영적 책임을 국내 가맹점주에 전가해 매각하려는 의도에 대해 우려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CJ주식회사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상대로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계약해지와 손해배상소송 등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CJ측이 "점포와 뚜레쥬르 브랜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대주주를 선택하겠다"며 설득에 나서 가처분 신청 취소 등이 이루어졌지만, 앙금은 여전하다.
뚜레쥬르 가맹점주 협의회는 22일 "매각 계획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1년 가까이 끌어온 매각 이슈로 뚜레쥬르에 몸 담고 있는 모든 조직원, 협력사, 가맹점주 등 수천명의 정신적 피로도가 극에 치달았고 산정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 하락이 발생한 부분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더는 매각 이슈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는 소모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가맹점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CJ그룹의 과감한 투자를 촉구했다. 가맹점과의 상생협력을 강화해 브랜드 성장을 견인해달라고 요구한 것.
이에 대해 CJ푸드빌 관계자는 "뚜레쥬르는 가맹점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를 위한 투자와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며, "점주협의회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유동성 문제로 뚜레쥬르 매각에 나섰던 CJ가 '전폭적 지원'에 나설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매각 재추진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 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수익성 개선 '물음표'…갈등 '불씨' 여전
뚜레쥬르 매각 불발의 가장 큰 원인이 '가격 차이' 였던 만큼, 향후 CJ가 사업정상화 및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뚜레쥬르를 운영해갈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뚜레쥬르 매각 추진 초기부터 CJ 측과 투자업계에서 보는 평가액의 괴리는 컸다. 이번 매각 협상 최종 결렬 과정에서도 CJ측은 3000억원대를 고수한 반면, 칼라일 측은 2000억원대를 마지노선으로 잡아 양측에서 제시한 가격 차가 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에서는 뚜레쥬르를 되팔아야하는 사모펀드에게 '확장성' 문제가 높은 가격과 맞물려 걸림돌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과점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데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아, 단시일 내에 실적 개선을 통해 재매각을 진행해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들 또한 22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점포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은 가맹점 수 확대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전년 말 점포 수 대비 2% 출점 제한으로 성장의 한계치가 극에 달해 결국 매각의 근본 원인이 됐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정보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335개(가맹점 1318, 직영점 17)였던 뚜레쥬르 매장은 2019년에는 1291개(가맹점 1278, 직영점 13)로 주저앉았다.
반면 경쟁사인 파리바게뜨의 경우 2018년 3412개(가맹점 3366, 직영점 46)에서 2019년 3422개(가맹점 3380, 직영점 42)로 늘어났다. 1등 파리바게뜨와 차이가 큰 '2위 사업자'라는 한계도 매각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정위 및 각사 홈페이지를 참고해 내놓은 자영업 분석 보고서 '국내 베이커리 시장 동향과 소비트랜드 변화'에 따르면, 특히 면적(3.3㎡)당 평균 매출액은 파리바게뜨 2516만원·뚜레쥬르 1719만원으로 격차가 커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 없이 뚜레쥬르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은 계속돼 왔다"면서, "최근 뚜레쥬르가 잇단 히트상품을 내놓은 것 또한 고무적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CJ 관계자도 "매각가 저평가는 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이 문제였을 뿐 브랜드 내부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CJ푸드빌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 수차례 공시를 내고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드러나는 등 잡음이 계속되면서 브랜드 가치 손상이 불가피했다"면서, "뚜레쥬르에 대한 재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뚜레쥬르 경영의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고 지적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