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시간이었다', '공포가 여전해 귀가 조차 할 수 없었다', '코호트 격리 다시는 못할 것 같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요양병원들의 절박했던 상황과 방역 과정의 문제점, 대안 등을 제시한 보고서가 발간됐다.
현장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를 한 바 있는 요양병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생생한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서울과 지방의 9개 요양병원을 방문해 대표자, 실무책임자 등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이송 ▲코호트 격리 ▲PCR 검사 ▲역학조사관 활동 ▲방역물품 지원 ▲방역당국의 역할 ▲피해 보상 등에 대한 증언과 함께 감염 예방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코로나19로 싸운 요양병원들은 '우리가 K-방역이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보건소, 질병관리청, 시청에 수도 없이 환자들을 이송시켜 달라고 요청했더니 첫 확진자가 나오고 10여 일 뒤에서야 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빼주기 시작했다', '전수검사에서 확진자가 나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는데 PCR검사를 3일에 한 번만 해주니까 입원환자들이 너무 걱정됐다. 그래서 신속진단키트를 따로 구매해 감염의심증상이 있으면 바로 검사해 양성반응 나오면 자체 격리시켰다',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니까 방역당국에서 레벨D 방역복 100벌만 주더라. KF94 마스크, AP가운, 소독티슈, 라텍스 장갑, 레벨D 방역복, 페이스 쉴드 등 모두 자체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게 인력 부족이었다. 간병인들은 환자를 만지지 않겠다며 일을 안하고 보건소는 인력 지원도 안해주고. 다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절대 못할 것 같다.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 하루 한 끼도 못 먹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질병관리청, 시청, 도청, 보건소, 소방서, 경찰서, 공단 등 정말 수 십개 기관에서 자료 보내라고 전화해서 응대하느라 일도 할 수 없었다', '코호트 격리가 끝나고, 2주간 자가격리한 뒤 검사에서 음성판정 받았는데도 무섭다며 귀가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공포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와 지인들이 보내준 1회용 장갑, 물티슈, 생수, 마스크와 응원문자에 하루하루 이겨냈다', '일주일 동안 매일 2시간 밖에 못 잤다. 확진자가 더 나오면 죽겠더라. 코호트 격리를 해야 할 상황이 다시 생기면 못 견딜 것 같다', '요양병원 직원들은 동선관리 대상이니까 감시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 가족은 엄마 혹은 아빠가 요양병원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 전파의 발원지 취급받았다', '전체 직원 월급이 한 달 치 밀려 있다. 급여만 그런 게 아니라 거래업체에서도 결제가 밀리니까 납품을 꺼린다. 제때 손실보상을 해줘야 병원도 살고, 환자도 살릴 수 있는데. 손실보상 하는데 3~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코호트 격리를 경험한 요양병원들은 병원 내부의 문제로 인해 감염이 확산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밥도 혼자 못 드시고, 화장실도 못 간다. 그러니 간병인이 밥 먹여드리고, 재활치료실 모셔가고, 체위 변경하고, 기저귀 교체하고, 목욕해 드리고 다 해드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밀접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간병제도 개선, 감염관리 수가 현실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제도 개선 제언으로 ▲간병제도 개선 ▲다인실 구조 개선을 위한 상급병실료 보험급여화 ▲감염예방관리료 현실화 ▲일당정액수가제도 개선 ▲격리실 입원료 체감제 개선 ▲코로나19 야간간호료 수가 인정 등을 제시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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