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조트업계가 위기다.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고, 기존 생존법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을 뒤흔든 코로나19는 관련 업계에도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겼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리조트산업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지역 경제와 더불어 국가관광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전과 180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해법을 마련하냐에 따라 기업은 지속 가능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이다. 경영 승계를 앞둔 곳이라면, 2~3세의 후계구도 완성을 위해 풀어야 할 경영능력 검증의 잣대로 활용될 수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변화를 꾀하고 있는 호텔·리조트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편집자 주 >
전국에 17개 지점을 운영하는 국내 리조트업계 1위 기업인 소노리조트도 코로나19 앞에선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소노리조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733억4000만원, -276억9482만원이다. 당기순이익은 -667억8596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9년 5728억1000만원 대비 15% 이상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5억1430만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102억5821억원에서 765억 감소했다. 올해 상황 역시 좋지 못하다. 객실 예약률과 투숙률이 감소, 올해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저조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주목할 게 하나 있다. 코로나19가 소노리조트의 실적 저하 원인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노리조트는 2017년 매출 6317억8000만원을 기록한 이후 2018년 매출은 6198억3000만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소폭 감소했다. 2019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5728억1000만원, 55억1430만으로 줄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선 숙박 관련 플랫폼 등장에 따른 IT 등 이종업계와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트렌드 변화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 국내 관광숙박시설 공급과잉에 대한 대처 미비 등을 실적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의 경우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리조트 외에 캠핑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객 증가와 겨울철 리조트의 꽃으로 불리던 스키어가 감소하며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한몫 거들었다.
소노리조트는 당시 지속 가능경영 카드로 '해외 시장 공략'을 택했다. 2019년 10월 1일 기존 대명호텔앤리조트에서 사명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소노리조트는 외국인 유치를 바탕으로 해외 현지 리조트 확장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명보다 발음하기 쉬운 '소노'로 변경 했다. 모든 작업은 서준혁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서 부회장은 2019년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직접 주관하며 그룹 경영 일선에 나선 바 있다. 그는 사명 변경 발표 당시 "기업명과 브랜드 변경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칼튼, 페닌슐라를 넘어 글로벌 체인 500개를 목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재지변에 가까운 코로나19 앞에서 목표 달성은 요원해졌다. 최근 트레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과 백신 접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예년 수준의 외국인 여행객 유지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정상적인 해외여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선 서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가 신사업으로 과거 추진했던 떡볶이 사업과 웨딩사업, 영화 등 문화사업 관련 대명문화공장 등이 고전을 겪으며 사업 철수로 이어졌던 것과 맞물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눈에 띄는 성과만 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소비 중심으로 MZ세대가 부상한 가운데 해당 세대의 소비 특성인 프라이빗 공간 확대, 색다른 공간 경험 소비, SNS를 적극 활용하고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블 라이프 등을 반영한 소비자 중심 체질 개선에 호텔·리조트가 적극 나섰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호텔·리조트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심화되고, 전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노리조트가 이에 대해 얼마나 발빠르게 대응을 해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휴식' 근본적 체질 개선 아쉬워…동종·이종업계와 공격적 제휴, 자체 콘텐츠 강화로 새롭게 판 짜야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 이후 집콕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힐링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급증했다. 여행의 중심에는 '숙박'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가 호텔·리조트업계에 위기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관건은 소비자의 여행 패턴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읽고, 대처할 수 있느냐다. 위드코로나라는 시대적 상황은 호텔·리조트 업계의 본질인 '일상에서 벗어난 치유, 환대'를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 내국인 여행객 확대를 위한 해법과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경쟁력 확대가 필요하다.
위드코로나를 앞둔 서 부회장의 경영전략과 관련, 소노리조트는 '소노펫클럽앤리조트'를 '답'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부터 내국인 여행객 확대를 위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 운영 중이라는 것. 직접은 아니지만, 소노시즌이 메모리폼 메트리스 등 침구 관련 렌털 사업도 진행하는 등 소노리조트는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소노리조트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인 만큼, 소노펫클럽앤리조트에 대한 고객 관심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변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쏠비치 양양의 '선셋 시네마', 자연경관 속에서 대륙별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소노 와이너리 투어'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다른 반응이 나온다. 호텔·리조트업의 핵심인 '사람의 휴식'을 바탕으로 한 체질 개선이 아닌 점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침구류 렌털 사업 등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생산·유통 제휴, 또는 소노리조트의 자체 콘텐츠로 전개하는 방식 등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춘 새로운 패러다임, 무엇보다 경영진의 큰 그림이 부재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다.
호텔·리조트업계 한 관계자는 "펫 리조트 도입 등 과거 비교 대상이 없는 신사업의 경우 적은 수입도 매출 확대 근거로 제시 할 수 있지만, 리조트업종 특성상 (펫 리조트가) 전체 매출 확대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여행객들이 독립된 공간이면서도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것)한 요소가 많은 곳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기존 빌딩형 리조트 객실과 다른 독채형 객실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감염 위험이 적은 야외 체험거리 확대, 이종 산업과 융합 등을 통해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소노리조트 측은 "코로나19 영향을 따지지 않더라도 최근 객실과 부대시설 이용 등에서 대면접촉이 최소화될 수 있는 프라이빗에 대한 고객 수요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프라이빗 관련 시설 및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에는 경남 남해와 충남 원산도에 리조트 시설 조성이 진행 중이고, 동남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체인망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장을 위한 사업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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