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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첫째 주 일요일이면 세계 경마계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인다. 한 해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경주마들이 총 집결해 자웅을 겨루는 '개선문상(Prix de l´Arc de Triomphe, Int´GⅠ, 3세 이상, 2400m, 총 상금 500만 유로(한화 약 70억 원)'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으로 치러진 작년 대회와 달리 올해는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출입을 허용했으며 특히 이웃나라 영국과 아일랜드 팬들 역시 헬스패스(Health Pass)만 있으면 출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본국에서의 자가 격리도 별도로 없어 여러 경마 팬들이 롱샴 경마장을 찾으며 경주를 즐겼다.
대회 기간인 2일과 3일 양일에 걸쳐 여러 경주가 열렸지만 메인 이벤트인 '개선문상' 경주는 3일 오후 3시 5분(현지시각)에 진행됐다. 프랑스 외에도 영국, 아일랜드, 독일, 일본을 대표하는 14마리의 말들이 출전해 우승을 다투었는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끝에 우승은 독일의 '토르콰토르 타소(Torquator Tasso)'가 차지했다. 경주 기록은 2분 37초 62.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그야말로 이변, 깜짝 우승이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5~6위권을 유지하던 말은 결승선 200m전부터 치고 나오기 시작해 막판 결승선에서 지난해 브리더스컵 터프 경주에서 우승을 했던 '타나와(Tarnawa)'를 ¾마신차로 제치며 기적을 이뤄냈다. 경주 내내 선두를 유지했던 '허리케인 레인(Hurricane Lane)'이 3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앱섬 더비 우승마였던 '아다야(Adayar)'가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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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바이스(Marcel Weiss) 조교사는 "개선문상의 10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는 4위나 5위가 되도 기뻤을 것"이라며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이걸 해내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르네 피에츨렉(Rene Piechulek) 기수 역시 "개선문상을 처음 경험해보지만 정말 좋은 기회였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토르콰토르 타소의 우승으로 독일은 1975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이자, 10년 만에 개선문상을 차지한 국가가 됐다.
개선문상 주간의 마무리는 세계 경마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경마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Horseracing Authorities, IFHA) 총회'로 마무리되는데 이번 제55회 IFHA 총회는 7일 온라인·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번 총회에 세계 경마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창설 이래 27년간 의장직을 유지하던 초대 의장 '루이스 로마네트'에 이어 홍콩쟈키클럽(HKJC) 회장인 '윈프리드 엥겔브레트 브레스게스'가 신임 의장으로 선출돼 이끄는 첫 연례 회의이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송철희 회장 직무대행 역시 신임 의장에게 축하 서신을 전달하며 지속적인 협력 관계와 우호를 다져 나갈 것을 약속했다.
온라인 발매 도입으로 경마 매출을 유지하며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일본은 이번 개선문상에 '크로노 제네시스(Chrono Genesis)와 '스노우폴(Snowfall)', '딥 본드(Deep bond)'가 출전하며 고무된 분위기를 드러냈다. 여기에 아시아지부 부의장직에 일본 JRA의 회장인 마사유키 고토가 당선되는 등 연이은 낭보를 기록하며 세계 경마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에 딱히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 경마와는 달리 세계 경마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듯 화려한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국제 경주가 2년째 열리지 못하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온라인 발매 도입이 안착된 국가들이 펼치는 글로벌한 질주를 지켜보며 우리나라 역시 하루 빨리 발 맞춰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코로나19로 멈춰선 경마로 세계 시장에서의 도태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는 만큼 비대면·온라인에 대한 기반을 다지는 것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삼는 국가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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