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게 없다. 무엇인가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살면서 이렇게 무료하게 있어 본 적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곳, 남원이다. 그런데 눈 딱 감고 하루만 버텨보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뭐든 할 수 있는 게 또 남원이다. 그래서 늘 남원을 방문할 때면 새롭고 설렌다. 남원을 대표하는 '춘향'과 '지리산'은 잠시 잊어도 좋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곳, 남원은 단순해서 매력적인 곳이다. 발길 닿는 곳 마다 사람의 눈과 마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넘친다. 우아함과 여유로움마저 갖췄다. 남원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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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교통 접근성이다. 남원 시내(시청 기준)에서 20㎞가량 떨어져 있어 자동차 기준 30분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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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처 숙박시설을 여행 거점으로 활용하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 지리산허브밸리 인근에는 오헤브데이호텔이 있다. 3성급 호텔로 분류되지만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아 내부 시설 등이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혹자는 산속에 있어 한 번 들어가면 이후 특별히 할 게 없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런데 이건 남원 시내도 마찬가지다. 평일 기준으로 상가와 음식점이 문을 닫는 시간은 10시 내외다. 저녁을 먹고 광한루를 걷는 게 전부다. 너무 뻔한 코스다.
지리산허브밸리의 경우 지리적 장점을 활용하면 나만의 여행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지리산허브밸리가 위치한 운봉은 지리산 흑돼지로 유명한 동네다. 시내에 숙소를 마련했다면 흑돼지를 맛보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만 왕복 1시간이 걸린다. 1시간은 남원에서 길고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운봉은 고산지대로 사과, 포도의 맛도 뛰어난 곳이다. 지역 곳곳에 있는 과수원이나 재래시장에 들러 현지인의 삶과 여유를 느끼고,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늦은 밤 수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연인, 가족과 함께라면 서로 간에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시작' 서어나무 숲, 아담원
서어나무 숲은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마을의 허한 기운을 막기 200여 년 전 조성된 인공 숲이다. 운봉읍 행정리에 있다. 100여 그루의 서어나무가 옹기종기 모여 만든 공간은 흡사 스위스 등 유명 관광지의 한적한 공원을 연상케 한다. 그 아름다움을 인정 받아 2000년 산림청 주최 '제1회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대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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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휴식, 이색 경험을 아무런 준비 없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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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허브밸리에서 서어나무 숲은 자동차로 5분 정도, 아담원은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남원 여행의 거점으로 지리산밸리를 추천한 이유다.
'중간' 뱀사골 계곡, 와운마을 천년송
뱀사골 계곡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의 계곡이다. 물소리와 새소리가 가득하고, 사계절 내내 저마다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봄철에는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여름철에는 푸른 녹음이 시원함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단풍, 겨울은 설경이 아름답다. 가을 단풍의 절정은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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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정령치,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차로 방문할 수 있는 남원의 지리산 최고 명소는 정령치다. 흔히 지리산 노고단 입구인 성삼재휴게소를 떠올리지만, 성삼재휴게소는 행정구역상 구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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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개관 5주년을 맞아 지난 2일부터 11월 13일까지 김병종 작가를 대표하는 '화홍산수', '송화분분', '풍죽' 세 가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특별전이 진행된다. 유치석 김병종 미술관 관장은 "특별전을 통해 김병종 화백이 보여주고자 했던 '생명의 순환'에 대해 사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