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제 불안 여파로 주택 거래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10일 정도 남아있으나, 남은 기간 동안 100건이 넘는 매매량이 추가 신고되기는 힘들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달 들어서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73건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력, 올해부터 본격화된 경기 침체 우려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규제가 적고 저렴하면서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빌라에 매수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빌라 매매도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 여파로 지난 4월(3897건)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21개월째 아파트 매매량을 상회하고 있다.
전체 매매 시장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의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릭주택·아파트) 매매 4858건 중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3206건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서울 주택 매매 가운데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62.8%) 처음으로 60%를 넘긴 이후 올해 1월 63.4%, 2월 60.2%, 3월 64.8%, 4월 62.2%로 5개월 연속 60%를 웃돌았다. 5월과 6월(각 58.4%)에는 50%대로 낮아졌으나, 7월(66%)에는 다시 60%로 올라섰다.
반면 서울 주택 매매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월 21.2%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강서구(83.4%), 양천구(81.3%), 강북구(80.3%)에서는 전체 주택 매매 10채 가운데 8채 이상이 빌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 빌라 매매가 상대적으로 많은 데는 시의 재개발 정비사업 활성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신속통합기획 주택 재개발 2차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시는 도시계획·건축·법률 등 각 분야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12월 말 최종 후보지를 선택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실시된 1차 공모에는 24개구 총 102곳이 신청해 21곳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아울러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 대단지 아파트처럼 주택을 공급하는 모아타운 추가 공모 결과 19개 자치구에서 39곳이 신청했다. 상반기에 실시한 첫 공모에서 14개 자치구에서 총 30곳을 신청했던 것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이번 공모에는 현재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 않은 9개 자치구(용산·광진·동대문·성북·은평·영등포·동작·관악·강남)에서도 모두 신청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블록단위(1500㎡ 이상)로 공동개발하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인 모아주택을 추진할 수 있다. 모아타운 관리계획에 필요한 비용은 서울시가 지원한다.
김재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의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됐지만 신속통합기획이나 모아타운 등의 정비 사업 기대감이 높은 지역의 빌라는 거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