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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전 희망퇴직" 짐싸는 은행원들…인생2막 조기준비 등 영향도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3-01-09 08:58 | 최종수정 2023-01-09 09:43


안정적 직장으로 손꼽히던 은행에서 최근 '자발적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희망퇴직 조건이 차차 나빠질 수 있다는 예상 속에 새로운 인생 2막을 계획하려는 이들과 조기은퇴자를 뜻하는 '파이어족'이 늘어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에서 지난해 12월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이들은 730여명이나 된다. 퇴사자로 최종 확정되면 18일 자로 은행을 떠나게 된다. 만약 신청자가 모두 퇴직할 경우 지난해 1월 674명보다 50명 가량 늘어나게 된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은 1967년생부터 1972년생, 만 50세까지였다. 퇴직자는 특별퇴직금(근무기간 등에 따라 23∼35개월 치의 월평균 급여)을 비롯해 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의 학자금, 최대 34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본인과 배우자의 건강검진,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을 받게 된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지난 2일 올해 첫 영업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마감은 오는 10일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퇴직 신청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신청자 증가 이유로는 대상 확대가 꼽힌다. 지난해에는 부지점장 이상만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직급과 연령이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의 경우 1964년 이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 4급 이하 일반직·무기 계약직·RS(리테일서비스)직·관리지원계약직의 경우 1978년 이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다. 출생연도에 따라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36개월치 월 급여가 지급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이미 올해와 유사한 조건이 제시된 바 있는데 당시에는 700여명이 최종 퇴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9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에서도 적지 않은 직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신청 대상을 만 40세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이미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대상 연령은 만 40세였는데, 2021년 427명보다 60명 이상이 많은 493명이 최종 퇴직했다.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약 두 달 만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만 약 3000명 이상이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년 전(2021년 12월~2022년 1월) 5대 은행에서 직원 2244명(KB국민은행 674명·신한은행 250명·하나은행 478명·우리은행 415명·NH농협 427명)이 퇴직한 것과 비교해 많게는 1000 명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은행권 내 희망퇴직 급증에는 은행 필요보다는 직원들의 수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오프라인 점포가 축소되는 탓에 사측 역시 은행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은행원들이 노조를 통해 스스로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희망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부장급인 지점장이나 부부장급인 부지점장도 달지 못한 채 차장으로 퇴직을 맞이해야 하는 직원들이 상당 수"라면서 "40대 후반이긴 하나 이른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희망퇴직 조건이 현재보다 나빠질 수 있을 거란 인식도 희망퇴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차이가 있으나 현재 국내 시중은행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 퇴직을 신청할 경우 특별퇴직금에 일반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원 정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이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을 직원들도 알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좋은 조건에서 떠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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