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평가사들을 신뢰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내 ESG 평가사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다. 지속가능 경영을 목표로 기업이 ESG 경영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ESG 평가에 대한 잣대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같은 분위기는 해외에도 감지된다. ESG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 및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 ESG 평가사들의 평가 빈도와 횟수, 소급적용 여부가 달라 대응하기 곤란하다. 주기적인 평가 정정 및 소급적용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평가사 자율규제'(38.0%) 보다 '정부·유관기관의 가이드라인 형태'(60%)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국내 ESG 평가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ESG 평가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은 국내 평가사의 피드백 기회 제공 부족, 평가 방법론 미공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 평가결과에 따른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국내 ESG 평가사의 투명성,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ESG 평가사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환경컨설팅 업체인 ERM은 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투자전략 수립 시 ESG평가를 반영해 투자해 달라는 고객 요청을 받는 투자자 비중이 2018/19년 조사 때 12%에서 지난해 43%로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ESG평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5점 만점에서 3.31점에 그쳤다. ESG 평가기관들의 ESG평가 결과에 대한 피평가 기업들의 신뢰도는 2.91점으로 더 낮았다. ERM은 당시 ESG평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들 사이에서 ESG평가에 대한 불만이 줄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