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과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GLP-1R)에 작용하는 성분인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가 알코올에 대한 욕구와 과음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세마글루티드는 당뇨병 및 체중 감량 치료제인 오젬픽과 리벨서스, 위고비 등의 활성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13일 미국의학협회 저널 JAMA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실린 크리스천 헨더샷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 장애(AUD)가 있는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한 세마글루티드·위약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임상시험 기간에 알코올 섭취량과 호흡 알코올 농도로 조사한 음주 패턴 조사에서 세마글루티드 그룹은 위약 그룹에 비해 일주일간의 알코올 섭취 욕구와 술을 마실 때 평균 음주량, 과음 일수가 모두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티드 그룹은 위약 그룹에 비해 알코올 섭취량이 48%, 최고 호흡 알코올 농도가 46% 줄었고, 술을 마신 날의 하루 음주량은 41%, 주간 알코올 섭취 욕구는 39%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 달에는 세마글루티드 그룹의 경우 과음 일수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과음한 날이 없었다고 답한 비율이 세마글루티드 그룹은 40%에 가까웠으나 위약 그룹은 20%에 그쳤다. 또한 흡연자들 가운데 세마글루티드 치료받은 참가자들은 위약 그룹에 비해 하루 평균 흡연량도 유의미하게 더 많이 감소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티드를 가장 낮은 임상 용량으로 투여했음에도 음주를 줄여주는 효과가 기존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 약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컸다고 보고, 인기가 높은 세마글루티드가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제로 승인되면 이 치료법이 널리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