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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던 겨울이 벌써 저만큼 달아났지만, 아직도 봄은 감감무소식이다. 남 얘기처럼 흘려듣던 기후변화 위기는 어느덧 봄의 전령사인 꽃의 개화 시기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예년 같으면 딱 지금 봄 꽃놀이에 취해 있을 시기다. 애타게 기다리는 봄이 왔지만, 봄 분위기를 느끼기 힘든 요즘, 해남으로 발길을 옮겼다. 육지에서 봄을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아 떠난 여행이다. 해남 여행은 지금이 제철이다. 좋지 않은 교통편마저 봄을 느끼는 시간의 일부가 된다. 그동안 주요 여행지가 뚝뚝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지금은 다르다. 여유를 나눌 벗과 함께라면 어디든 즐겁겠지만, 해남에서는 함께여서라는 감사함이 앞선다. 텅 빈 시간과 뚝뚝 떨어진 주요 여행지로 향하는 시간을 채우는 건 '웃음꽃'이다. 꽃과 웃음꽃이 활짝 피는 해남의 봄, 봄, 봄, '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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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는 명성이 자자한 여행지가 여럿 있다. 녹우단, 대흥사, 우수영관광지, 독일마을, 해남공룡박물관 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 만 한 곳들이 많다. 일상이 아닌 비일상을 즐기는 게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아니던가. 유명하다는 여행지를 뒤로하고 우선 해창주조장을 찾았다. 해창주조장은 애주가와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를 즐겨 활용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꽤 입소문이 난 곳이다. 정용진 막걸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해창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해장주조장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해창막걸리의 모든 종류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출하가)에 구매할 수 있다. 18도, 12도, 9도 등 종류는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우선 맛을 얘기하면 가장 비싼 18도 해창막걸리가 가장 으뜸이다. 도수를 높이기 위해 9번의 덧주 형태로 주인장의 비법이 더해져 특별함을 더한다. 일반 막걸리와 달리 걸쭉하지만, 뒷맛은 깔끔하다. 단 가격은 착하지 않다. 그나마 착한 가격인 9도 해창막걸리도 제법 맛이 뛰어나다. 오히려 일반먹걸리를 즐겨 먹었다면 더욱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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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루의 브릿지 오브 휴먼의 조작 작품, 정원 중심에 있는 휴식 공간도 인상적이다. 정원의 매력은 비움에 있다. 많은 시설물을 넣기보다는 탁 트인 공간에는 사람과 다양한 콘텐츠가 채워지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가깝지만, 산이정원은 지금 갖은 매력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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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흐르는 바닷물 사이로 "진격하라, 물러서지 마라" 라고 외치는 이순신 장군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작은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울돌목 바다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명량해전 당시의 상황이 눈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울돌목은 최대 유속이 초속 6.5m로 빠르다. 세계에서 유속이 빠르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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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물살의 세기가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지는 않았을 터, 울돌목 주변에는 전장을 누볐던 판옥선을 재현해 놓았다. 우수영관광지에는 거북선 등 비롯해 무기 소개와 함께 다양한 체험 시설을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는 길이가 짧지만, 울돌목의 빠른 유속을 하늘 위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게다가 케이블카를 종착지는 진도다. 진도의 특산품인 홍주도 구입할 수 있고, 진돗개빵도 맛보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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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