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장률 전망 큰 폭 하향 가능성…환율, 경제 펀더멘털보다 절하"
이 총재는 17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5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6명 금통위원 모두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며 "5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 등을 보며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1주일 전 5월 금통위가 열리기 때문에 (한은의 결정을) 정치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겠지만,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만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성장과 물가를 보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여러 정책 불확실성과 금융안정, 자본유출입을 함께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취지다.
신성환 위원이 0.25%포인트(p) 인하 소수의견을 냈는데,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상황 등을 우려해 0.25%p만 내리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총재는 미국 관세정책과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등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월 1.5%에서 낮춰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이 나온 것을 보면 지난 2월 전망 시나리오가 낙관적이기는 하다"며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도 생각보다 오래 이어져서 5월에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추진 중인 12조원 규모 추경에 관해서는 연간 성장률을 0.1%p 가량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최근 미·중 관세 갈등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현재 환율 수준은 경제 모델상 우리 펀더멘털보다 좀 더 절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신성환 위원의 인하 소수의견 근거는.
▲ 신 위원을 제외한 다섯 분의 다수의견은 성장과 물가를 봤을 때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이미 통화정책이 금리 인하 기조에 있고, 여러 정책 불확실성, 금융 안정·자본유출입을 함께 고려할 때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 들어온 느낌이라, 이렇게 갑자기 어두워진 상황에서는 속도를 조정하면서 좀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전날 비슷한 이유로 정책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안다. 신성환 위원은 최근 물가와 성장만을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등 우려할 부분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에 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셨다.
-- 신성환 위원은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빅컷(0.5%p인하)도 가능하다고 본 것인가
▲ 그렇게 해석하실 수도 있다. 1분기 경기 하방 속도와 관세 영향을 보면 5월 성장 전망이 당초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 조금 더 목표 범위로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출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큰 폭이라는 표현을 썼다.
-- 금통위원들의 3개월 기준금리 전망은.
▲ 저를 제외한 여섯명의 금통위원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현재 2.75%보다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5월에 성장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기 때문에, 5월에 발표된 전망 수정치와 그 밖의 금융시장·외환시장 상황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좋겠다는 견해였다.
-- 금통위원 3개월 전망을 보면 5월 인하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5월 금통위가 대선 직전에 열린다. 정치적 고려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데.
▲ 여섯 분 모두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으니 당연히 과거보다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실 듯하다. 한은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다.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한은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기 때문에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그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게끔, 중립적으로 하겠다. 선거 1주일 전에 금통위가 열리기 때문에 금리 결정과 경제 전망에 대해 정치적인 프레임, 앵글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저희가 컨트롤 할 수는 없다. 금통위와 한은은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만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다.
-- 지난번 금통위 때 연내 2∼3회 인하를 시사했는데, 성장 전망 하향으로 금리 인하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이 나온 것을 보면 지난 2월 전망 시나리오가 낙관적이기는 하다. 관세 영향을 더 크게 봐야 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질지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정책 변화가 심하고, 앞으로 협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직 5월 전망 베이스라인(기본 시나리오)도 확정되지 않았다. 5월 전망에서 자세한 수치를 말씀드리겠다. 최종금리 수준 역시 5월 전망이 확정돼야 추가로 논의해볼 수 있다.
-- 해외 기관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데, 미·중 관세 분쟁 격화가 우리나라에 어떤 식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판단하나.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세계 공급망이 바뀌면서, 전 세계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관세) 효과가 없더라도,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져서 5월에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 탄핵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경제 심리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나.
▲ 정치 불확실성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적 혼란이 있더라도 경제 정책이 독립적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왔다. 1분기에는 당초 예상보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여러 소비와 내수가 부진했다. 최근 탄핵 결정이 나오고 정치적 불확실성 지수가 많이 내려왔지만, 아직 일상적인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는 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12조원 규모의 추경이 추진 중이다. 당초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추가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 중앙은행 총재로서 이례적으로 추경을 언급했던 것은, 계엄 사태로 경기가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추경 등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으면 해외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나쁘게 나올 수 있어서였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진행된다는 걸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추경 합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지났기 때문에 적정 추경 규모를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추경은 양도 중요하고 내용도 중요하다. 구조적인 재정적자로 연결되지 않도록 일시 지출로 한정하면 좋겠다는 일반적인 말씀만 드리겠다.
-- 12조원 추경의 기대 효과는
▲ 12조원 추경으로 연간 성장률이 0.1%p 정도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재정 승수 평균치를 0.4∼0.5 정도로 보고 있다. 어떤 지출이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는데, 추경안이 확정되면 분석해서 5월 전망 발표 때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다.
-- 추경 증액이나 2차 추경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조화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추경을 얼마만큼 더 하는 게 좋겠다고 제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아달라. 원래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발표하면 (한은은) 그 내용을 반영해 전망하고, 그 전망을 기반으로 금리 정책을 하는 것이다. 경기가 나쁠 때는 재정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렵지만, 통화정책만으로도 어렵다. 양측이 공조해야 한다. 또한 경기부양책으로 성장률을 올려야 한다고 하는데 합리적인 기대가 있었으면 한다. 잠재성장률을 2.0%나, 그보다 좀 더 낮은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떨어진 성장률 전체를 경기부양으로 잠재성장률까지 올리는 것은, 1년 정도 괜찮을지 몰라도 그다음 엄청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경기가 떨어질 때 소폭 올리는 게 부양이지, 떨어진 성장률을 잠재까지 올리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 환율 변동성 축소를 위해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고 보나.
▲ 최근 환율이 1,480원대에서 1,410원대까지 왔다 갔다 하는 등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미·중 간 관세 전선에 따라 원화가 급변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주요국 대응이 정해져야 한다. 또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물가상승률과 성장에 어떤 영향이 있고, 통화정책이 어떻게 될지도 봐야 한다. 세 번째로 우리 환율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는지도 중요하다.
-- 달러 약세에도 원화 절하폭은 더딘 상황이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원화가 많이 절하될 때는 정치 불안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4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이 계엄 사태 이후 1,460원대까지 올랐고,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 반대로 절상 국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높은 수출 의존도, 중국과의 교역 관계 등으로 인해 미국 행정부 관세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다. 또한 정치적 안정도 원상태로 돌아온 상황은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현재 환율 수준은 경제 모델상 우리 펀더멘털보다 좀 더 절하된 상태다.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정치적 불안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이는 모델상 결과이고 한은의 견해는 아니다.
ss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