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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돈이 혈맹 대체…한국, 큰 도전에 직면"

기사입력 2025-04-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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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최근 미국 달러화가 약세가 이어지며 달러예금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5.4.21 hwayoung7@yna.co.kr
(판문점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2019.7.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이 어느덧 100일을 맞은 가운데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국도 경제·안보 측면에서 큰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원스톱 쇼핑' 추진에 우리가 서둘러 응하기보다 사전적 실무 협상과 정상 간 담판 사안을 나누어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북미관계에 대해서는 당장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논의되거나 핵군축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국내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4인이 밝힌 트럼프 신행정부 100일 평가 및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 제언.



▲ 남성욱 숙명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최근 100일간 한미동맹은 돈에 의한 동맹이 혈맹을 대체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통상 논의는 협상(negotiation)이 아니라 협의(consultation)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의는 협상을 시작하기 전 사전 탐색 단계를 말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몇차례 이야기하다 보면 트럼프가 제2의 관세 유예를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도 관세 전쟁이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러면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따라서 현재 권한대행 체제의 통상 문제 대응을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일본의 사례를 잘 봐야 한다. 일본은 1월부터 적극적으로 트럼프에 다가가려고 했지만, 서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분야별로 속도전과 지구전을 나눠 병행해야한다.

북미대화 문제는 현재 북한의 최우선 순위가 러시아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은은 모스크바와 관계가 확고한 만큼 여기서 받아낼 것은 받아내고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다음에 (북미대화 준비를) 진행할 것이다. 트럼프도 지금은 관세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37%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은 전혀 북한에도 미국에도 대화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

▲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트럼프가 모든 양자관계와 세계질서를 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한국도 굉장히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한국은 안보문제로 다른 우호국보다 상황이 쉽지 않다.북핵에 대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라, 비용 편익적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통상·관세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트럼프는 '원스톱 쇼핑'이라고 얘기했듯 합쳐서 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결국 트럼프가 인태지역 동맹국에 가장 원하는 것은 중국 견제다. 우리가 안보 의제에 대해 중국에 공개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서겠다는 방향이 있어야 경제·안보문제 협의의 여지가 열릴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직접 접촉할 가능성은 있으나 트럼프 본인이 나설 시간적, 공간적 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를 마무리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는 돼야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북미가 협상을 한다면 예전처럼 '톱다운'(Top-down)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이 될 것 같고, 북한은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전제 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신행정부가 지금까지는 안보보다 경제에 치중하고 있는데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팽창주의적 정책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도 약화하고 기존 동맹과도 멀어진 점이 있다. 다만 기존과 다른 외교·안보 공식을 적용하면서 유럽 등 대서양 동맹은 큰 타격을 받은 반면 아직 인도·태평양 동맹에는 관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한미동맹도 군사동맹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는데, 예를 들면 한미연합연습이 기존과 동일 수준에서 고강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 전선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안보 전선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다. 그러면 수면 아래에 있었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군사동맹이 계속 지금처럼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 선제적으로 한국의 목소리를 내서 협상판에서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북미대화는 양측이 원하는 부분이 맞아야 협상이 실현될 텐데, 그 과정에서 김정은이 사전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첫 번째는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핵군축 협상이어야 한다는 점과, 두 번째는 미국 측 선의의 조치로서 연합훈련 중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한국의 안보 이익에는 치명적이다. 한국이 '패싱'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만약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든 핵잠재력 보유든 핵자강에 준하는 추가적 카드를 조건으로 내밀어야 한다.

▲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의 대미 언급이 거의 없다는 건 자연스러운 침묵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의 우선순위는 현재 우크라이나전쟁 종전과 관세전쟁이다. 임기 초반인 지금 먼저 여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직 성과가 없다. 김정은이 볼 때는 지금 어떤 메시지를 내도, 어떤 행동을 해도 전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도 현재는 없다고 봐야 한다. 향후 북미대화 환경은 수동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능동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수동적 환경 조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끝나 미·러 관계가 정상화돼 어쩔 수 없이 대화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능동적 환경 조성은 김정은이 트럼프를 움직이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재개하거나 물밑 접촉에 응하는 것이 될 것이다. 북미회담이 재개되면 과거 북미회담과 결정적으로 다른 변수는 러시아가 될 것이다. 북러는 동맹관계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북미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트럼프와 김정은이 직접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hapyry@yna.co.kr,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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