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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명성에 걸맞게 강원도와 춘천시는 연인원 200만명 방문이라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며 레고랜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개장 초기 예상의 절반 수준에 그친 방문객 실적은 실망감을 안겼고, 잇따른 논란으로 기대감은 빛이 바랬다.
◇ 각종 논란·오명 속 '파란만장' 개장…빗나간 연간 방문객 예측 '초라한 성적표'
춘천 하중도에 문을 연 레고랜드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레고랜드는 2011년 9월 강원도와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이하 멀린사)이 5천683억원을 투자하는 투자합의각서(MOA)를 통해 시작됐다.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을 설립하고, 2013년 10월 멀린그룹과 본 협약을 했지만, 2014년 청동기 시대 유구가 발굴되고 시행사 자금 부족 등으로 수년간 중단됐다.
하지만, 2018년말 멀린사 2천200억원, 엘엘개발 800억원 등 3천억원을 투자하고 멀린사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총괄개발협약(MDA)을 체결,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개장하게 됐다.
전 세계 10곳의 레고랜드 중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개장한 국내 유일의 글로벌 테마파크였다.
개장 초기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방문으로 인해 닭갈비와 막국수 등으로 대변되는 지역 상권에 특수가 기대됐지만, 각종 논란과 오명이 발목을 잡았다.
강원도가 800억원에 대한 지분 명목으로 받는 임대료가 계약 과정을 거치면서 고작 3%에 불과하고, 도유지를 최장 100년간 무상 임대하는 것으로 드러나 불공정 계약 논란이 불거졌다.
레고랜드를 통한 지역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실망으로 돌아갔다.
정규직 일자리가 예상보다 적고,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게다가 개장 첫해인 2022년 9월,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 신청을 발표하면서 지자체의 보증채권 신뢰에 타격을 주었고, 이는 국내 채권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레고랜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이 사안은 '레고랜드 사태'라는 오명으로 이어졌다.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를 짓다가 부도가 난 것처럼 오해가 확산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레고랜드의 개장 초기 연간 입장객 수는 지자체의 예상치였던 200만 명의 절반에 불과했고, 현재까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고랜드는 꾸준한 콘텐츠 투자와 시즌별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방문객 유치에 나섰고,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 지난해 적자 폭 35% 감소…'놀이 통한 어린이 건강 실현' 집중
각종 논란에도 레고랜드는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창의성(Creativity)을 키우고,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
전 세계 레고랜드 중 처음으로 지난 달 문을 연 '스핀짓주 마스터(Master of Spinjitzu)'가 대표적이다.
약 200억원을 투입한 이 신규 놀이시설은 기존 닌자고 클러스터 구역을 2천640㎡가량 확장해 조성했다.
총 346m 길이의 트랙과 최대 시속 57km의 속도, 최대 360도까지 회전하는 좌석을 갖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도 짜릿한 체험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레고랜드는 한국의 특색 있는 문화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콘텐츠와 계절별 특화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전 세계 레고랜드 중 유일하게 테마파크 내 브릭토피아 라운지에 창의적 체험 공간인 80m 길이의 '브릭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 운영하며 인기 코스로 자리 잡았다.
또 어린이 동반 부모를 위해 '브릭 오어 비트'(Brick or Beat) 프로그램을 도입해 다양한 장르의 유명 가수와 아티스트들이 퍼포먼스를 펼치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입장객 증가를 위해 연간 이용권을 세분화하고, 국내 음식 특성에 맞춘 메뉴 다변화도 추진했다.
이와 함께 레고랜드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며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향을 모색했다.
지역 대표축제인 마임축제, 막국수·닭갈비축제 등에 레고랜드의 주차장 부지를 개방, 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또 강원 지역 내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무료 초청 행사, 연말 취약계층 대상 2,500장 규모의 연탄 기부, 사랑의 김장 봉사, '찾아가는 레고 산타클로스'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쳤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아시아 지역 레고랜드 중 유일하게 '레고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는 2024년 유엔의 승인을 받아 6월 11일로 지정된 '국제 놀이의 날'을 기념해 전 세계 7개의 레고랜드가 동시에 진행하는 공익 캠페인이자 페스티벌이다.
이러한 노력은 우려에 휩싸였던 레고랜드를 다시 기대의 대상으로 바꾸는 데 충분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적자 폭은 전년 대비 약 35% 감소했고, 시즌권을 이용한 재방문 입장객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들어 2개월간 연간 이용권 입장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15% 상승했으며, 이 중 외국인 입장객 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레고랜드가 밝힌 지난해 외국인 입장객 수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레고랜드는 지난해 '월드 트래블 어워즈'에서 '한국 최고의 리조트'로 선정된 데 이어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여가친화 인증기업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레고랜드는 '놀이를 통한 성장'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그램과 투자를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순규 레고랜드 대표는 "3년간의 운영을 통해 계절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실내 시설 및 여름철 물놀이 시설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협력해 레고랜드와 연계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여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