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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우크라와 마주 앉은 러 "영원히 전쟁할 준비돼" 으름장

기사입력 2025-05-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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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담판' 시사한 트럼프 탓 이스탄불 협상 더 맥 빠져

추가 회동 필요성엔 공감…일각선 "만남 자체가 중요" 의미 부여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종전 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3년 만에 마주 앉은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영원히 전쟁을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간 3국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맥이 빠진 채 시작된 협상은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만 극명하게 확인한 채 90분 만에 끝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국 대표단 협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측 대표단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아마도 이 테이블에 있는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잃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영원히 전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텔레그래프도 메딘스키 보좌관이 회담장에서 "우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스웨덴에서는 21년 동안 싸웠다. 당신들은 얼마나 싸울 준비가 돼 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회담 직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아무리 제재로 압박하더라도 러시아가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300여년 전 일어난 러시아와 스웨덴 간 21년에 걸친 전쟁을 거론했다고 확인했다.

1700년 러시아와 스웨덴 간 벌어진 북방전쟁은 1721년까지 21년간 지속됐다.

당시 러시아 황제는 표트르 대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스스로를 표트르 대제에 비유한 바 있다.

이날 협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점령지를 내놓으라고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가 침공 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넘기라는 요구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에 항의하자 러시아 협상단은 "다음번에는 5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러시아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수십 년 동안 싸울 의향이 있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 미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회담을 통해 최대 규모의 포로 교환과 효과가 있을 수 있는 휴전 옵션, 양측 입장 이해와 지속적인 대화 등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X에 언급했다.

WP는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 속에 양측이 종전과 관련한 입장 차만 확인한 셈이라고 짚었다.

양측은 2천명 규모의 포로 교환에 대해서는 구체적 합의에 이르렀고, 추가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 개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정상회담을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이번 회담은 당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도 요청하면서 3국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불참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실질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양국은 대표단의 자격과 회담 시간 등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 끝에 예정보다 하루 늦게 겨우 협상을 시작했고, 휴전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원론적인 수준만 논의한 채 사실상 '빈손'으로 헤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담 성사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선임 정치학자 새뮤얼 채럽은 회담 자체를 "중요한 결과"라고 평했다.

그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양측이 직접 대화를 나눴고, 무언가에 합의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만하다"며 "걷기 전에는 먼저 기어야만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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