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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무너지는 자영업, 팍팍한 민생의 현주소

기사입력 2025-05-27 07:57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5.25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대표적인 서비스 내수 업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점업이 통계 집계 이래 전례 없는 장기 불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3.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지난 2월 사이에 작년 1월만 제외하고는 내내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상가에서 2층에 있던 카페가 폐업했다고 안내하는 모습. 2025.4.13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40∼50대 직장인이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밀려난 뒤 제2의 인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또 다른 직장에 재취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으니 뾰족한 방법이 없다. 퇴직금과 대출을 끌어모아 카페나 빵집, 피자 등을 차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보지만 경험이나 영업 노하우가 부족하고 경기는 얼어붙은 데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야 하는 금액도 만만찮다. 대출로 몇 년 버텨보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고 쌓여가는 적자를 무한정 감당할 수는 없으니 결국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사업자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커피음료점은 9만5천337개로 작년 동기 대비 743개 줄었다. 커피음료점 숫자가 감소한 것은 2018년 통계집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내수 침체 장기화에 어렵지 않은 업종이 없다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꿋꿋하게 증가세를 유지했던 커피음료점(카페)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건 이제 자영업의 버티기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다. 줄어든 것은 카페뿐이 아니다. 올 1분기 치킨·피자 등 패스트푸드점은 1년 전보다 180개 줄었고 한식·중식 음식점, 호프 주점 등 요식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의 점포 수도 대부분 감소했다. 옷 가게, 화장품 가게, 편의점 수도 줄었다니 통칭 소상공인 또는 자영업으로 부르는 업종의 규모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자영업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수치와 통계는 차고 넘친다. 올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의 평균 매출은 1년 전보다 0.72% 줄었고 폐업지원 신청 건수는 64.2%나 늘었다. 임금근로자로 일하다 자영업에 뛰어든 50세 이상 자영업자의 절반가량인 49%의 소득이 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50∼60대 자영업자 203만2천여명이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이 737조원에 달하며, 수익 부진으로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형편이 어려운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10%를 넘고 2023년 폐업 신고한 사업자(개인·법인)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자영업의 이런 실태는 우리 골목 상권의 현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성적표다. 소비자 기호와 트렌드가 바뀌고 경제 구조의 탈바꿈을 위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자영업은 자본과 기술 없는 개인이 생계를 위해 뛰어들 수밖에 없는 최후의 옵션이다. 자영업에 뛰어들기 전 철저한 분석과 교육, 경험 등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현 자영업의 위기는 이런 원론적 해법을 들이대기엔 상황이 절박하다. 자영업의 현 위기를 해결할 최고의 대책은 '내수 경기 활성화'겠지만 경기회복 전까지 자영업자 문제에 대처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자영업이 자생력을 키우고 골목 상권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5년 전 코로나 팬데믹 시절부터 대출금 상환 연장 등으로 어렵사리 연명하던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달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 혼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등의 타격을 받은 경기는 급격한 속도로 추락하는 중이다. 1주일 뒤 출범할 새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가 경기회복과 민생 살리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자영업은 내수 경기의 한 축인 만큼 그 고통과 부담을 외면할 수 없다. 자영업의 고통과 손실을 이대로 방치하면 그 부담이 국내 금융권의 부실을 키우고 결국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위험 요인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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