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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잘가! 내 어린시절 추억"

기사입력 2025-05-29 07:59

[쥬니어네이버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피셜 홈페이지 캡처]
[쥬니어 네이버 화면 캡처]
쥬니어네이버 서비스 종료에 2030 아쉬움 토로

국내 최초 어린이 전용 포털로 26년간 인기

"일방적으로 콘텐츠 제공하는 서비스는 경쟁력 잃어"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내 어린 시절 함께 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즐거웠어. 함께 게임 했던 내가 어느새 2년 뒤면 30이야." (네이버 아이디 'dono****')

"고마웠어. 잘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추억할 수 있게 됐네. 난 벌써 스물아홉이고."(네이버 아이디 'psa9****')

지난 27일 오후 3시 쥬니어네이버(쥬니버)의 메인이 변경되자 2030세대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쥬니버의 대표 캐릭터들이 공손히 손을 모으고 인사하는 이미지와 함께 '그동안 쥬니버를 아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글귀가 게시되자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999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어린이 전용 포털 쥬니버는 그렇게 26년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 1990년대·2000년대생의 추억의 놀이터

쥬니버는 동영상, 게임 등 어린이를 위한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며 1990년대생부터 2000년대생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다.

초등학교 시절 쥬니버를 즐겼다는 직장인 송경준(36) 씨는 "초창기 쥬니버에서 '졸라맨'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고는 했다"며 "'라이코스'·'야후!' 등의 포털이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쥬니버까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은수(23) 씨는 "사촌언니를 따라 '파니룸' 게임을 하며 포인트를 모아 방을 꾸미는 것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며 "어린 시절 컴퓨터를 켜면 무조건 쥬니버에 접속하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었다"고 회상했다.

임나영(22) 씨는 "동물농장을 하며 친구들과 함께 동물을 키우는 재미를 느꼈다"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언젠가 쥬니버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온라인에서도 작별 인사가 이어졌다.

네이버 아이디 'cher****'는 "쥬니버에서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부터 순정만화·옷입히기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즐겼다"며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심심할 때면 가끔 들어가고는 했던 쥬니버가 그립다"고 썼다.

또 "눈물 난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잘가"('pain****'), "잘가. 내 어린시절 추억"('970h****'), "고마웠다. 유년의 한자락을 함께 해줘서"('9485****')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 네이버 "미래 세대 중심 AI 교육 강화하기로"

쥬니버는 동물을 키우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동물농장'·플래시 게임을 다수 보유한 '게임랜드'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28일 "네이버는 일찍이 어린이 사용자 대상 서비스의 필요성을 발견했다"며 "어린이가 건전히 즐길 수 있고 부모도 안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쥬니버는 2010년대 들어 몇 차례 내부 서비스 종료를 겪었다. 2016년 동물농장이 별도의 백업 제공 없이 종료됐다. 이어 어도비 플래시가 프로그램 업데이트·배포를 2020년에 종료하기로 결정한 여파로 2019년에는 게임랜드 서비스도 멈췄다.

쥬니버를 운영해온 네이버 커넥트는 초·중등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교육 플랫폼인 '엔트리'를 통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영유아나 미취학 어린이 대상 교육·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버티컬 학습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관련 플랫폼들의 접근성도 크게 높아졌다"며 "'엔트리'를 통해 AI 기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등 미래 세대 중심 AI 교육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학부 석좌교수는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AI에 익숙한 2010년대 이후 세대의 온라인 이용 행태를 반영해 상호작용성이 강한 플랫폼을 통해 AI 교육을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둔 것"이라고 평했다.

youknow@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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