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암이 진행됨에 따라 일부 환자에서는 복강 내에 체액이 축적되는 '악성 복수'가 발생한다. 복수가 과도하게 쌓이면 복부 팽만, 통증, 호흡곤란 등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뿐 아니라 예후도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악성 복수의 발생 원인과 그에 따른 미생물학적·면역학적 특성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결과, 복수액 내 미생물 부하는 매우 낮아 대부분이 무균 상태임을 확인했다. 장 및 방광 내 미생물 군집은 복수 유무에 따라 큰 차이는 없었으나, 복막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염증 유발 세균으로 알려진 클로스트리디아(Clostridia) 및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Gammaproteobacteria)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반대로 복막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바실라이(Bacilli) 등 유익균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특정 미생물군이 종양의 전이 및 복수의 면역 환경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하위 분석에서는 4기 환자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1기 환자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 반대로 방광 미생물 다양성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장과 방광이 각각 독립된 미생물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며, 종양 부하 및 전신 염증 상태에 따라 상이하게 반응함을 의미한다.
윤진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악성 복수와 복막 전이 환자에서 장 및 방광 미생물군집을 함께 분석한 최초의 시도이며, 복수가 단순한 종양 부산물이 아니라 미생물과 면역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독립적인 종양 미세환경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수 내 미생물군과 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은 향후 새로운 진단 마커 발굴과 면역 기반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특정 미생물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보조 치료 전략, 장내 유익균을 활용한 면역 조절 치료법 개발, 복막 전이나 질병 진행을 조기 예측할 수 있는 미생물 진단 마커 발굴 등을 위한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종단 연구와 메타유전체학, 대사체학 등 고차원의 오믹스 분석 기술을 도입하여 악성 복수의 미생물-면역 상호작용을 정밀 규명하고, 진행성 암 환자의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ancers'에 최근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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