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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드론 117대로 러시아 폭격기 41대를 불태웠다고 주장하는 '거미줄' 드론 작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우크라이나의 기습은 모든 면에서 열세인 다윗이 기술과 정보, 과감함으로 골리앗을 한 방 먹인 사건으로, 러시아 공습 능력의 저하뿐만 아니라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러시아의 인식에도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1일(현지시간) 국경에서 수천㎞ 떨어진 러시아 공군기지 4곳을 타격해 장거리 폭격기 41대에 불을 질렀으며, 이로 인해 기지에 배치됐던 순항미사일 전략폭격기의 34%가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측 피해 규모가 70억 달러(약 9조7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다만, 러시아가 소수의 폭격기만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공습 임무를 수행한 폭격기가 몇 대였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이번 기습이 러시아에 남긴 피해 정도를 당장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가 노린 러시아의 공습 능력 저하는 향후 몇 달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공습 사이렌이 얼마나 울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의 초점은 전세계를 놀라게 한 우크라이나의 이번 기습 작전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만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느냐다.
CNN 방송은 2일 기사에서 성경 속 인물인 다윗과 골리앗에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비유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교활한 드론 공격은 러시아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전쟁의 서사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N은 "117대의 비교적 저렴한 드론이 수십 대의 비행기를 격추하고 한 안보 소식통이 추산한 70억 달러의 피해를 줬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전쟁의 경제적 양상이 바뀐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교활함이 거인을 압도하는 또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면서 "러시아의 주요 카드는 방대한 군사 자원과 최전방 인력, 고통에 대한 인내심, 재정적 여유인데 우크라이나는 반복적으로 의도적인 핀 찌르기가 이런 거품을 터뜨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드론 공격이 예상치 못한 전술로 러시아를 충격에 빠뜨렸던 우크라이나의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를 공습, 러시아 땅 쿠르스크 점령, 흑해 모스크바호 격침 등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2023년 공격용 드론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해 전술을 고도화하면서 보병 자원이 압도적인 러시아를 상대로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유지했고, 흑해 함대 격침을 위해 해상드론까지 운용하는 등 발전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자국 상공으로 날아든 러시아의 드론 472대 중 382대를 격추하거나 전자전으로 차단하는 이례적 성공을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CNN은 "이는 기술적 발전과 미국의 방공 요격기 공급 감소가 한 달 전에 우려했던 것처럼 당장의 끔찍한 위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기습 공격이 러시아의 글로벌 군사전략을 뒤흔들었다면서 광범위한 지정학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 전력이 크게 손상되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주변의 이웃 국가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물론 미국같이 멀리 떨어진 경쟁자들을 위협할 역량도 약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앞으로 폭격기를 비롯한 중요한 군사자산 보호에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러시아의 내부 동요가 만만치 않아 푸틴 대통령이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막대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인식이야말로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4천㎞ 이상 떨어진 공군기지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군사강국으로서의 자부심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CNN은 러시아 입장에서 대규모 파괴를 감행할 수 있는 능력 저하도 문제지만 전쟁을 무한정 계속할 수 있다는 내부적 인식이 흔들리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예측했다.
WSJ은 기습 공격으로 '망신'을 당한 푸틴 대통령이 '내부의 적'을 한층 경계하는 한편 혹독한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withwit@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