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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개혁 대상으로 꼽히는 검찰은 본격적인 수술대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의 물결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공약집에 따르면 이 후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공약했다.
검찰청을 해체해 수사권은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기고, 기존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기소청 또는 공소청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15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검찰이)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게 허용해선 안 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된다"며 "수사 담당 기관과 공소 유지 기관을 분리해 수사기관끼리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으나 '미완'에 그친 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한정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을 통해 이를 되돌려놓은 바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에서는 검찰의 역할이 다시 확대되지 못하도록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막강한 수사·기소권을 이용해 살아있는 권력은 봐주고, 정적 제거를 위한 무리한 보복성 기소를 남발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으로 변질했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 내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성남FC,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으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TV 토론에서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이 후보 사건에 대해 "정치 검찰이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재판을 일방적으로 주도한다"고 비판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조치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의 공약에는 사실상 사문화된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특례 규정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전 판사가 사건 관련자들을 심문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도 추진된다.
이 후보가 공약한 '검사 징계 파면 제도' 역시 검찰 힘 빼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상 검사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때가 아니면 파면되지 않는데,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 파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검사를 뽑을 때 변호사, 판사 등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조 일원화'도 공약에 포함됐는데, 이 역시 검찰의 폐쇄적인 문화를 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조 일원화는 젊은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명해 법원 안에서 경력을 쌓는 '경력(career)법관 제도'의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재야를 포함해 일정 경력 이상의 법조인 중에서 판사를 뽑는 사법부의 법조 일원화만 이뤄져 왔다. 행정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검찰에도 이를 도입해 폐쇄성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 후보의 공약은 형사사법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사안인 만큼 당장 추진하기보다는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를 위해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도 민생사건 수사 지연 문제나 국가 범죄대응 역량 약화, 법안의 허점 등이 지적되면서 중대한 개혁을 허술하게 밀어붙인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개혁과 관련해 "시간표를 정확히 정한 건 아닌데 기본적 스케줄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 개혁이 민생 현안에 밀려 뒷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며 "어디에 더 주력할 거냐는 건데 사람이 하나밖에 안 하는 건 아니니까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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