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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뉴] 일본이 만든 말 '대통령'의 수명연장…이왕 개헌할 거라면

기사입력 2025-06-05 12:57

<저작권자 ⓒ 2001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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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을 마치고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2025.6.4 [국회사진기자단]
일본, 美 개방 압박에 사무라이 수괴 '대통령' 급조

한국만 임시정부부터 '대통령' 고수, 중국은 '총통' 호칭

대체용어로 국무의장 국무령 행정수반 거론돼

李 "대통령은 크게 통합하라는 의미"…개헌 때 개칭 검토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한국 국가원수의 공식 직함인 '대통령'(大統領)은 유감스럽게도 일본이 만든 말이다. 식민통치의 잔재도 아니고 19세기 중반 일본 사무라이들이 대미 통상용으로 급조한 것을 임시정부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빌려 쓰고 있다.

일본 에도막부는 1853년 흑색 군함을 몰고 에도만에 도착한 미 해군 매튜 페리 제독으로부터 일본의 개방과 수교를 요구하는 밀러드 빌모어 '프레지던트'(president)의 친서를 받았다.

에도 막부(幕府)는 '프레지던트'를 어떻게 일본어로 번역할지 고민하다 '대통령'을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왕과 군주로 하려다 사무라이 무리의 수괴(首魁)를 뜻하는 '통령'(統領)으로 정했고, 여기에 상대국 원수의 존칭으로 대(大)자를 붙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1854년 가나가와조약 또는 페리협정으로 불리는 '일미(日米)화친조약'이다.

'대통령'은 현재 한자권 나라 중 한국에서 유일하게 쓰고 있지만, 정작 한자를 만든 중국에서 '통령'은 과거 한나라 때 흉노족 등 소수민족의 장군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를 '총통'(總統)으로 부르고 있다. '오바마 총통', '김대중 총통', '총통 박근혜 여사', 이런 식이다.

한국에서 총통은 독일 히틀러 같은 독재자라는 부정적 의미를 담은 용어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정부가 중국에 총통 대신 대통령으로 써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으나 거부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1919년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이승만 이래 '대통령'의 수명이 106년으로 늘어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임기 내 4년 중임제 개헌을 제기했다. 정치권이 이왕 개헌할 거라면 왜색이 짙은 대통령이란 용어를 바꾸는 것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헌법 88조가 대통령을 '국무회의 의장'으로 규정한 만큼 국무의장과 국무령으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제왕적 대통령의 힘을 뺀다는 점에서 '행정수반'으로 바꾸거나 나라의 분열상과 어감을 고려해 '대통합령'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jah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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