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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으려면 거래실적 쌓아야"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50대 무죄

기사입력 2025-06-07 10:09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 "대출받기 위한 목적 분명, 범죄 알았다면 심부름 안 했을 것"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대출받기 위해 브로커에게 연락했다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5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김송 판사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올해 1월 자기 계좌로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해 조직원에게 전달하거나 전달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랫동안 용접공으로 일한 그는 일거리가 없어서 대출을 알아보던 중 자신을 금융권 팀장이라고 밝힌 대출 브로커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대출 신청 금액 1천만원 진행을 위해 A씨 신분증과 계좌번호 주민등록등본 사진 등을 받았다.

이후 A씨에게 "거래 실적을 쌓아야 대출이 가능하다"며 "거래실적과 급여내역을 만들기 위해 회사 자금이 들어가니 A씨 계좌로 입금되는 돈은 현금으로 찾아 반도체 자재 샘플인 것처럼 포장해 직원에게 전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지난 1월 21일 자기 계좌에 입금된 980만원을 지시대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하고, 이틀 뒤 같은 방법으로 1천470만원을 인출하려던 중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대출에 필요한 거래실적 과정이라 생각했을 뿐 범행이라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기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한 목적이 대출받기 위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본인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의심했다면 대출받으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도 당연히 알았다고 봐야 하고,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돈 심부름을 할 아무 이유나 동기가 없다고 봤다.

또 A씨가 B씨에게 "세금 먼저 떼고 입금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제가 하는 일이 잘되면 자주 이용하겠다"라고 하거나 심지어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B씨에게 "은행 직원한테는 거래내역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하느냐"라는 등 묻기도 했다.

김 판사는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거액을 편취당하는 피해자들이 양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출 거래실적을 쌓는 것이라는 말에 속아 범죄 피해금을 인출, 전달하는 일을 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그들이 돈을 인출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법적 일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공동정범이나 공범의 고의를 갖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ljy@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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