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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당시 침수 피해 본 주민들 "우리는 언제 보상받나요"

기사입력 2025-06-10 10:32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농작물들이 범람한 미호강에 휩쓸려 힘없이 쓰러져 있다. 2023.7.19. chase_arete@yna.co.kr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미호강 범람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한 주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침수된 가재도구들을 들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3.7.19. chase_arete@yna.co.kr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미호강이 범람해 홍수 피해를 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한 빌라 앞에 19일 침수된 가재도구들이 들어내져 있다. 2023.7.19. chase_arete@yna.co.kr
농경지·시설하우스·축사 등 잠겨…분쟁조정 신청 후 답답한 기다림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집중호우가 쏟아진 2023년 7월 15일 미호강 범람으로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벌어졌을 당시 일대 주민들도 상당한 재산상의 피해를 봤다.

농민들은 농경지가 쓰나미처럼 밀려 들어온 강물에 잠기면서 피와 땀으로 재배한 농작물이 망가졌다고 하소연했다.

청주 오송 수해 주민 보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오송읍 농경지 약 132㏊, 비닐하우스 800동, 축사 30동, 주택 및 상가 210가구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미호천교 확장 공사 구간에서 부실하게 축조한 임시제방이 터진 탓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합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당국의 보상은 기약 없이 지체되고 있다.

당국은 제방 붕괴와 관련해 여러 기관 책임자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가 나와야 보상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일부 재판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아 주민들의 고통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송읍 주민 60명은 2023년 12월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회(이하 중조위)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청주시를 상대로 60억원의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의 분쟁 조정 신청을 했다.

중조위는 환경피해에 대한 당사자들 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로, 중재안은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지난 4월엔 1차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다른 주민 124명이 행복청과 현장 시공사, 감리사를 상대로 100억원의 보상금을 청구했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축조하거나 방치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기관들이다.

그러나 중조위는 사건이 접수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실질적인 조정 절차에 착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들이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중조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서다.

중조위는 기본적으로 임시제방 붕괴와 관련해 공무원 등 여러 기관 관계자가 기소된 만큼 최소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와야 이를 토대로 과실 비율을 따져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조위는 지난해 첫 분쟁 조정 신청 사건의 처리 기한(9개월) 만료를 앞두고 이를 이달 15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진전이 없어 처리 기한을 내년 3월 12일까지 다시 한번 연장할 계획이다.

검찰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행복청, 금강환경유역청 등 7개 관계 기관의 43명(법인 제외)을 재판에 넘겼다.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 가운데 1심∼대법원 선고가 이뤄진 피고인들은 미호천교 확장 공사 시공사 현장소장 등 4명뿐이며, 아직 재판이 진행되지 않은 피고인들은 17명에 이른다.

피해를 본 주민들은 보상 지연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오송읍 주민 김소정(70대)씨는 1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대부분이 고령인 피해 주민들은 수해로 생계 수단을 모두 잃고 대출받아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계속 이자가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상금을 대신 지급한 뒤 나중에 책임이 있는 기관들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라도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법률대리인 김유진 변호사는 "조정 대상 기관들이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조정 절차를 강제로 시작할 방법이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민사소송 제기가 가능하긴 하지만,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송비용을 부담스러워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분쟁 조정 신청은 형사재판과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보상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림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를 개선할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hase_aret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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