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이 중립적일 것이란 생각은 오판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극적 영상을 우선적으로 노출해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은 마음만 먹으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 규범까지 새로 만드는 권력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은 인간이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느냐는 점이다. 능동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지닌 주체인가, 아니면 콘텐츠를 소비하고 반응하는 수동적 객체인가, 그것에 따라 기술을 통제하는 주인이 될 것인지, 기술의 지배를 받는 노예가 될 것인지가 결정된다.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려면 기능적 관점보다 철학적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는 구호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AI시스템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게 추천 시스템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윤 추구와 함께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투명한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기술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jongwo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