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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복원' 한국, 정상외교 재가동>이라는 신문 기사 제목이 눈에 띕니다. '원래대로 회복함'이 복원의 의미이므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둘은 유사하긴 하나 서로 온전히 대신하진 못합니다. 훼손된 문화재는 복원돼야 하겠지요. 회복되기보다는요.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한 바는 있어도 회복 공사를 한 바는 없겠고요. 산불로 소실된 사찰도, 파괴된 생태계도 회복보다 복원과 더 어울립니다.
여기저기 잘도 쓰이는 회복은 피로 다음에 바로 붙어서 피로 회복이니 피로회복제니 하는 말까지 만듭니다. 피로를 회복한다고요? 피로를 풀어서 건강을 회복하는 것 아닌가요. 일부 국어책과 맞춤법 장치에서 피로 해소와 피로해소제로 쓰는 게 맞는다고 가르치는 이유입니다. 실상은 어떻습니까.
- ○○○는 면역력 강화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 피로회복제는 ○○○가 최고다.
- ○○○는 충격흡수·피로회복 제품이다.
이렇게들 아랑곳하지 않고 씁니다. 피로(피로한 상태)에서 벗어나 건강을 회복한다는 맥락을 아는 마당에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는 태도로까지 비칩니다. 모범답안이 있다면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이 모든 게 말글살이 피로 해소를 위한 것임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이수열,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 ㈜현암사, 2014, p.266. '피로회복제' 인용
2. 권오운,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 문학수첩, 2006, p.322.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