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역사적 배경이 낳은 '이라크 트라우마'가 20여년만에 소환됐다.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양국의 전쟁에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자 트럼프 지지층에서도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이끌려 또 하나의 중동 전쟁에 말려들어 가고 있다"는 비판의 말이 나온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까지만 해도 "지난 반세기 동안 이라크와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 정권교체와 각종 재앙에 미국의 피와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미국의 대외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하면서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게 된 것은 놀라운 변화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정보 왜곡의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의도와 배치되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이란의 핵무기 제조가 임박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스라엘이 공습에 나서기 전 미국 측에도 알렸으나 미 정보당국은 이를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정했다는 증거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의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상원 정보위에서 "정보당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정보기관들의 평가를 일축하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2003년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결정을 상기시킬만한 대목이다.
bond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