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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후난민] ⑴2050년 10억 위협…'우리 문제' 된 지구촌 비극

기사입력 2025-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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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발생, 분쟁으로 인한 강제실향의 2배…새로운 인도주의 과제 부상

'영남산불' 한국도 기후변화 정면 충격파…글로벌 기후난민 대처 강 건너 불구경 안 돼

[※편집자 주 = 올해는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체결 10주년입니다.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은 기후변화 위기가 몰고 온 난민 문제에 초점을 맞춰 그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사헬지역의 카메룬, 니제르 등지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직접 보고 취재한 내용을 '아프리카 기후난민' 시리즈 기사 약 25건에 담아 유엔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인 6월 20일부터 2주에 걸쳐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20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 난민의 날 25주년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변화는 수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며 그들을 '기후난민'이라는 이름으로 내몰고 있다.

기후난민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1985년 유엔환경계획(UNEP) 전문가 에삼 엘 힌나위 이후에 널리 사용되는 용어이다.

가뭄으로 터전을 떠나거나 폭우로 난민이 된 경우 등이 해당한다.

기후난민은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한 환경난민과 함께 생태학적 난민으로도 불린다. 기후난민은 기후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더 많아진다.

기후난민은 국제법상 아직 정식용어가 아니다. 1951년 난민협약은 박해나 분쟁 등으로 국경을 넘는 경우만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발생은 분쟁으로 인한 강제실향의 2배를 넘어서며 새로운 인도주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에 따라 '자연재해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실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난민에 관한 공식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서 이들은 '잊힌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기후난민은 이미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최근 수년 사이 기후변화의 충격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지난 3월 경북산불과 4월 대구 도심 산불 등에서 보듯 우리도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산불이 상시화·대형화하고 있다.

경북 산불 사태로 인한 사망자만 30명이 넘고 삶의 터전을 파괴된 이재민 수도 3천300여명에 달했다. 국토의 60% 이상이 산림인 우리나라로선 예사롭지 않은 재난이다.

계절적으로도 여름이면 예전보다 길고 강해진 폭염, 겨울엔 극심한 한파가 일상이 됐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은 특히 이례적으로 폭염일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온열질환자가 전년보다 31.4% 증가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양식어류가 대거 폐사하면서 1천500억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저개발국가들이 많은 저위도 국가에서 기후변화는 단순한 계절변화가 아니라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다.

벵골만 바닷물이 뜨거워져 사이클론이 잦아지고 더 강해졌다. 이상기후로 피해가 가장 큰 나라인 방글라데시는 1년에 2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 모잠비크도 북부 카부델가두 지역에서 분쟁으로 집을 떠난 강제실향민이 사이클론 강타로 임시 거주지마저 잃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유럽은 폭우로 큰 피해를 보기도 해 지난해 10월 스페인에선 205명이 갑작스러운 폭우로 사망했다.

태평양 폴리네시아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 피해를 보면서 국토 면적이 줄었다.

호주는 투발루에서 기후난민을 이주하는 조약을 체결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5월 1만1천여명의 투발루 국민 중 매년 280명씩 수용하기로 했다.

2020년 유엔은 기후난민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키리바시에서 뉴질랜드에 이민한 이와네 테이티오타가 그 첫 사례다.

태평양 동부의 바닷물이 따뜻해져 발생하는 라니냐로 인해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브라질에선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 북동부에선 최근 6년 연속 우기에 심각한 가뭄이 들었다. 이 때문에 220만명이 고향을 등져야 했다.

킬리만자로산의 빙하가 사라져 동아프리카 사람들이 1년 내내 담수를 공급받던 중요 원천을 잃어버렸다.

유엔난민기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지난 10여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실향민 누적 수치는 1억2천만명이다.

국제난민감시센터(IDMC)의 '그리드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해 자연재해로 인해 3천260만 건의 새로운 국내 실향민이 발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지난 10여년간 평균 수치보다 41% 증가한 수치이다.

세계이주기구(IOM)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가뭄, 사막화 등으로 식량 수급 불안과 수자원 부족이 심화할 경우, 2050년이면 최대 10억명이 기후 관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규모 인구 이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200여개 국가가 동참한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이다.

기후변화와 관련, 현 인류세에서 인간 활동의 가열 속도가 빙하기와 간빙기 간 변화 속도보다 약 20∼25배 빠르다.

거슬러 올라가면 기후난민의 역사는 오래됐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시조 아브라함도 가뭄 때문에 이집트로 내려갔던 기후난민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난민은 정든 집과 고향은 물론 생업을 잃고 차별적 시선을 견디며 새 터전에서 적응해야 한다. 더러운 텐트와 판잣집에서 살기도 힘든데 난민 캠프 내 치안도 좋지 않은 편이다.

기후위기는 분쟁 발생과도 맞물려있다.

시리아는 2005년부터 심각한 가뭄이 들어 2011년 내전 발발의 한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종청소로 악명 높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는 21세기 최초의 기후전쟁으로 불린다.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종족 갈등의 이면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존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남진숙 동국대 박사는 논문(다큐 '기후난민'을 통해 본 지구촌 문제 현황과 대안)에서 다르푸르 사태는 기후변화가 기존 갈등 요인과 사회 변화를 만나 어떻게 진화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최동주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이동은 주로 국경 간보다는 국내 이동이 많다"면서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 나라가 4개 이상 부족으로 이뤄진 다종족 국가여서 국내 이동만으로도 갈등과 분쟁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령 가뭄이 들 경우 주변 다른 국가도 비슷한 처지일 수 있어 굳이 국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이동하더라도 다른 부족의 영역을 침해했다고 여겨져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에 사는 누구도 기후 난민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 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한국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4위로도 꼽힌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0위 안에 드는 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변화하지 않고 있다가는 우리도 기후난민이 돼 황폐한 지구서 살 각오를 해야 할지 모른다.

sungjin@yna.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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