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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 막을 그린장벽 이니셔티브에 많은 국가 동참…한국 후원 높이 평가
아프리카연합(AU) 지속가능환경 과장인 지한 엘 가우지 박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AU 구(舊)콘퍼런스센터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한 박사가 실무를 총괄하는 지속가능환경과는 AU 집행위원회 산하 6개 위원회 가운데 하나로 농업, 지역개발, 청색경제, 지속가능환경(ARBE)을 담당한다.
이번 인터뷰는 시대적 화두인 기후변화를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통해 조명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지한 박사는 한 달 전 에티오피아 남부 오모계곡에 현장답사를 다녀왔다면서 "현지 주민들이 강수량 변화라든지 지금 기후상황이 10년 전, 20년 전과도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물과 먹거리를 찾아 남쪽 국경 케냐 투르카나 호수 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원래 유목민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물과 물고기만 충분하다면 자기들이 거주하는 국경 내 지역에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형편이라고 답했다.
설령 유목민이라도 누가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서 쉽게 적응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럼 불법 월경자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에티오피아 국경 검문소와 케냐 검문소 사이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그들은 국경이 그어지기 오래전부터 살고 있어서 국경이 뭔지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멈출 수 없는 기후난민의 행렬…근본 해법은 '정주 여건 마련'
오모 계곡은 기자가 3년 전 기후변화 위기 아프리카 현장 취재 차원에서 방문한 케냐 북부 투르카나 호수로 흘러드는 오모 강과 연관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투르카나 호수와 인접한 에티오피아 쪽 고원에는 폭우가 내려 호수까지 유입되는 강물로 인해 호숫물이 범람할 정도였으나 정작 호수 주변 반(半)건조 지대는 극심한 가뭄 때문에 현지 부족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지한 박사는 현재 기후난민 발생이 분쟁 등과 얽혀 있어 아프리카 기후난민의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금세기 중반까지 아프리카에서 기후난민(자국내 이동) 수가 최대 1억1천3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ACMI 2022년 보고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난민 대규모 발생에 현장의 인도주의 대응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 대응으로 주민들이 난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주 여건을 갖춰줄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 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기후변화와 질병 내성이 강한 대추야자나무를 많이 심어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주민 소득 증대에도 기여했다는 것.
또 미용 등에 쓰이는 선인장도 가꿔 주민들이 기후변화에 떠밀려 굳이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산림청 등이 에티오피아 남부지역에서 부족한 토지 문제로 인한 부족간 반목을 전통적 커피숲에 과학적 양묘방식을 결합해 커피의 생산량과 품종을 개선함으로써 주민 소득을 늘리고 무엇보다 부족 화해에 기여한 방식과 유사하다.
◇ 기후 금융 지원, 개별국보다 AU 통해야 투명성·효율성↑
지한 박사는 늘어나는 기후난민에 대해서는 AU의 평화안보 분과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종합적으로 풀되 "우리 분과의 역할은 상류(upstream) 대응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근원적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난민 대응을 위한 또 다른 현실적 방안으로 개별국가에 대한 지원보다 AU를 통해 역내 각 지역 블록으로 재원을 분배하고 모니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AU와 함께 동아프리카경제공동체(EAC),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등을 통해 지원하면 모니터링과 자금 집행이 보다 투명해지지만, 개별국에 직접 전달했을 경우 어디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지 불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에스와티니, 나미비아,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등 5개 회원국이 AU를 통해 이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한다.
AU는 자금 지원에 걸맞게 회원국 서류 작업 등을 도와주고 스스로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한 국장은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낫다"는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탄소배출은 전세계의 4%도 안 되는 아프리카가 정작 가장 막대한 기후변화 피해를 보는 현실에서 기후정의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노스(선진국)-글로벌 사우스(신흥개도국) 협의를 통해 아프리카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회복력을 갖추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난 '속보' 시스템 구축…'그린장벽' 이니셔티브 확산
건물에는 AU 차원에서 몇 개년에 걸쳐 구축한 기상 데이터에 기반해 홍수, 강풍, 폭우 등으로 인한 재난 가능성을 '속보'(bulletin)로 알리는 상황실이 갖춰져 있었다.
최근 며칠간의 강수량 추이 등을 추적해 웹사이트에 관련 정보를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고시함으로써 기상 예보 시스템이 미비한 개별국가나 지역이 스스로 대응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지한 박사는 AU가 각 회원국 관련 당국에 '자문'(advisory) 성격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실질적 대응 몫은 개별 회원국에 있다고 말했다.
상황판을 관리하는 잠비아 출신 직원 루사토 암부케게는 "상황실에서 개별국가에 대응을 강제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냐 출신인 매리언 무리우키 분과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상황실 운영에도 불구하고 최근 케냐에서 갑작스러운 홍수로 인명이 여럿 희생된 것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과 관련해 "우리 몫은 속보 제공이고 대응은 개별 정부에게 달려있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해당국의 재난 대처 기관이 분산돼 있거나 신속한 정책 조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부케게는 다만 AU 상황실이 이용하는 기상정보 등을 현재 이탈리아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 자체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회원국도 정보를 받을 뿐 아니라 실제로 기상 상황이 국지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피드백을 AU 측에 해줘야 종합적 판단과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아프리카 CDC는 개별 회원국의 코로나 발생 건수 등을 제공하면서 대륙 차원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지한 박사는 관련해서 한국이 앞선 정보통신기술(ICT)과 기후금융을 계속 지원해준다면 좋을 것이라면서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 동료들과 같이 일할 때 내 이름이 한국 이름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원래 수자원 관리 전문가이자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물로 인한 기후재난의 극단적 형태가 가뭄과 홍수라는 양극단으로 나타난다"면서 물 문제가 전체 기후재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막화를 막고 에코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한 그린 장벽(Green Wall) 10개년 이행 틀이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다면서 사하라 사막과 멀리 떨어진 나미비아 등 남아프리카에서도 자체적인 사막화 문제 때문에 속속 사업에 동참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비록 위성 사진으로 볼 때는 사하라 사막의 남진이 50년 전에 크게 확장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린 장벽은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이 쭉 이어졌다기보다 개별도시나 마을 주변으로 식물을 심어 대응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모자이크' 식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분야에서도 한국 산림청 등이 지식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ungjin@yna.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