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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에서 태어나 40년째 소 170여두를 키워온 베테랑 축산업자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길어지는 폭염 시기에 걱정도 그만큼 늘어난다고 했다.
말만 못 할 뿐이지 사람과 비슷하게 무더위가 시작하면 소들도 식욕이 떨어지고, 평소보다 먹는 사료의 양도 30%가량 줄어드는 탓에 폐사하거나 전염병이 돌까 봐 두려워했다.
그는 "이른 오전에도 열대야 때문에 축사 안 온도는 30도를 넘는다"며 "숨통이라도 트일까 싶어 대형 선풍기를 종일 틀고 있는데 그다지 효과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내리쬐는 햇빛과 통풍이 어려운 축사 시설로 축사 안 수은주가 32도로 가파르게 치솟자 기진맥진하던 일부 소는 맥없이 주저앉기도 했다.
그늘에 모여 서로에게 기대거나 철제 담장 사이로 목을 내밀어 간간이 목을 축였어도 소들은 숨을 헐떡였다.
그사이 주저앉은 암소의 눈이 감기기 시작하자 "도저히 안 되겠다"고 혼잣말하던 양씨는 천장에 설치한 안개 분무기의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축사 곳곳으로 지하수가 살포되자 일시적으로 온도가 내려가기도 했다.
양씨는 "환기하기도 어렵고, 냉방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축사의 여름은 5월에 시작해 10월에 끝이 난다"며 "사실상 1년의 절반이 여름인 셈이다"고 말했다.
축사 인근에서 밭일하던 농민들도 지난해보다 이르게 시작한 폭염에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성인 남성의 허리춤까지 오는 참깨가 무성하게 자란 300㎡ 규모 밭에서 홀로 잡초를 뜯던 정모(71) 씨는 "표현하기 어려운 더위"라며 손사래를 쳤다.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모자, 수건으로 가린 얼굴에는 이마에서 나기 시작한 땀방울이 비 내리는 듯 흘렀고, 스프링클러에서 뻗쳐 나오는 물줄기에 손을 대며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정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7월 초에는 이리 무덥지 않아 밭일하던 주민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며 "소서, 대서도 지나지 않았는데 폭염이 시작한 만큼 절기도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변화하는 기후 양상에 걸맞게 농민들을 지원하는 폭염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며 참깨밭 인근 경로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지난달 27일 발효된 폭염특보가 엿새째 이어지면서 관련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열사병·열탈진 등 2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61개 농가에서 닭·오리·돼지 등 가축 3만여마리가 폐사해 약 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전남도는 온열질환 피해를 줄이기 위해 8천여개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1만2천여 농가에 스트레스 완화제·열 차단제(페인트)·환풍기 등을 지원했다.
dau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