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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자치구, 지하수 오염 해결 손 놓고 이제 와 책임 전가

기사입력 2025-07-16 15:11

[광주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오염 조사 결과 보고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 본촌산단 지하수토양오염 조사 결과 보고서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하남공단·본촌산단 지하수 발암물질 검출 2∼3년간 방치

공론화되자 뒷북 대응…"오염 피해는 시민 몫"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광주 하남산단과 본촌산단 지하수가 1급 발암물질 기준치를 훨씬 넘은 채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시와 관할 자치구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오염 실태가 뚜렷하게 드러난 뒤에도 해결 의지는커녕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사이 시민의 안전과 지역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2019년 지하수 관리계획을 수립하던 중 하남산단과 본촌산단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 물질이 나온 사실을 알게 됐다.

시는 각각 관할인 광산구와 북구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예산을 지급했지만, 이후 대책 마련과 이행 실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제 광산구는 10억원의 예산을 받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광주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본촌산단 정화사업 비용을 두고서는 시와 자치구 간 진실 공방까지 벌어졌다.

북구는 실태조사 이후 2022년 10월 광주시에 사업비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광주시가 회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광주시는 특교세 교부 등을 검토했으나 여건이 되지 않아 지하수 이용 부담금 조례를 제정해 북구 자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지하수 오염 책임을 미루기만 하는 사이 실질적인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광주시는 지하수법상 자치구에 책임과 권한이었다며 선을 그었고, 자치구들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북구와 광산구는 각각 2022년과 2023년 실태조사 결과를 확인하고도 2∼3년간 실효적인 대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북구의 경우 본촌산단 하류에 보조 관측망 1대를 설치했지만 수질 오염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 관측망은 수위, 수온, 전기 전도도만 측정하기 때문에 수질 오염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광산구는 이런 노력조차도 없었다.

지하수에서 기준치 수백 배 이상의 발암 물질이 검출된 조사 결과에도 행정 절차상 몇 차례 보고만 이뤄졌을 뿐 대책 마련은 사실상 없었다.

광산구 산업단지 지하수 오염 대책위원회는 이날 광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시와 광산구의 지하수 발암물질 오염 방치는 직무 유기"라며 즉각적인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광주시와 광산구는 뒤늦게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이 사실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고 인정하며 "하남산단 노동자와 인근 거주민에게 걱정을 안긴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도 자치구에 수질검사와 정화사업 등 행정조치를 이행하도록 하고 긴급 정밀 조사와 전문가 합동 TF를 구성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인화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하수는 특정 행정구역 안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다. 인근 하천과 토양으로 쉽게 흘러가 결국 광주 전체 시민이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며 "시와 구가 권한을 따지며 머뭇거리는 것은 시민 안전을 외면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초과 검출된 성분이 잘 분해되지 않는 까다로운 유해 물질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오염은 확산할 것"이라며 "행정 당국의 총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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