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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檢출신 전직 대통령의 법기술

기사입력 2025-07-18 08:25


윤석열 전 대통령이 또다시 법정에 서기를 거부했다. 그는 1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구속 당일인 지난 10일에 이어 2차례 연속 불출석한 것이다. 내란 특검의 출석 요구도 3차례나 무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되레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절차적 수단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속적부심제는 억울하게 구금된 이들을 위해 마련된 헌법적 장치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제도는 '시간 끌기' 수단에 불과하다. 앞서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때도 체포적부심을 활용해 구속을 피했고, 이후엔 조사와 출석 요구를 반복해 거부했다. 이번에도 재구속 직후 건강을 이유로 조사를 외면했다. 일각에선 그의 이러한 회피전술이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책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명분은 사라지고, 절차를 앞세운 지연전술만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건의 형사기소와 91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재판 일정을 미루고, 수사 압박을 피하기 위해 대선 출마를 방패로 삼았다. 이탈리아의 고(故)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공소시효와 건강 사유를 내세워 처벌을 피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중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사법부 권한을 제한하는 개혁안을 강행했다. 수사를 받는 피고인이 사법제도 전체를 흔들려 한 것이다. 이들은 법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치적 신뢰는 무너졌다.

윤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예외로 여기는 듯하다. 국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법을 통제하는 존재로 남고 싶어 하는 듯하다. 법 집행자였다는 이력이 이제는 법을 활용하는 방패로 쓰이고 있다. 권력자의 법 불복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 행위는 제도를 시험하고, 원칙을 훼손하며, 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나는 예외다"라는 태도가 반복되면,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헌법의 기초 명제는 설득력을 잃는다. 전직 대통령의 반복된 불복·회피는 국민의 법 감정을 훼손시킨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라 해도 법 앞에선 그저 한 사람의 피의자일 뿐이다. 특검은 끝까지 단호하게 법 절차를 집행해야 한다. 법원도 정의 실현을 위해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반복된 조사 불응, 증거인멸 시도, 접견 특혜 의혹까지 모두 사법방해 정황에 해당한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는 결코 면책 사유가 아니다. 오히려 법 앞에서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근거가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사법정의의 실현이다.

jongwo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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