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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들이 지명되면서 이들을 검증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국민 앞에서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 능력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2000년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노출되면서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때마다 제도 개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입 25년을 맞은 인사청문회 제도의 시행 배경과 역사를 되짚어 보고 우리 제도의 모델이 된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따라 절차와 위상 달라
우선 인사청문회라고 다 같은 인사청문회가 아니다.
헌법상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직위인지, 아니면 법률상 인사청문 대상인지에 따라 절차와 위상이 다르다.
우리 헌법은 국무총리, 대법원장과 대법관 13인,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한다.
또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9인 중 3인은 국회가 선출한다.
국회는 이들 23인에 대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인사청문을 하고, 본회의에서 임명동의 여부를 표결로 결정한다.
표결 결과 부결되면 대통령은 다른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의 표결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회의 임명 동의를 얻지 못해 낙마한 인사가 적지 않다.
2002년 7월과 8월에는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연이어 부결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3수' 끝에 김석수 국무총리를 임명했다.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2003년 9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2017년 9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2023년 10월) 등도 국회 임명동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44인은 법률상 인사청문 대상이다.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이들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연 뒤 그 경과를 본회의에 보고하면 국회의장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내야 한다.
이들에 대해선 본회의에서 표결하지 않는다. 상임위의 의견을 청문보고서에 담을 뿐이다.
인사청문 대상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해 여야가 이견이 있으면 상임위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결과: 역대 정부별 비교와 함의'(2021) 보고서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경우를 국회가 임명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인사권은 이에 좌우되지 않는다. 국회의 청문보고서는 일종의 '의견'이라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
실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21년 3월 사이 법률상 인사청문 대상 302인 중 67인에 대한 청문보고서의 채택이 불발돼 미채택률이 22.2%에 달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제도 무용론이 나오기도 한다.
◇ 인사청문 대상 초기 23인에서 현재 67인으로…가장 최근에 공수처장까지 포함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이처럼 이원적 구조를 띠게 된 것은 제도의 도입 및 발전과정과 연관됐다.
인사청문 제도의 근거법은 2000년에 만들어졌지만, 관련 논의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기록보존소에 따르면 1993년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문민정부가 출범했으나 당시 박희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양실 보건사회부 장관 후보자 등이 각종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제14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도입 논의가 시작됐고 미국식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필요성이 나왔다.
이런 논의는 제15대 국회에서도 이어졌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의에서 인사청문회 도입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0년 2월 인사청문회 실시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모법인 인사청문회법이 같은 해 6월 제정됐다.
인사청문회법은 제정 당시에는 국회의 임명동의 대상 직위만을 인사청문 대상자로 한정했다.
이는 우선 헌법에서 국무총리 등 23인의 임명에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도록 명시해 헌법적 근거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임명동의 투표만으로는 이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이 어렵다는 실질적 필요성도 있었다.
최초의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26일 이한동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 인사청문회법 개정에 따른 인사청문 대상자 확대 과정
┌───────────┬─────────────────────────┐
│ 근거 │ 인사청문대상 │
├───────────┼─────────────────────────┤
│ 제정(2000.6.23) │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
│ │ 감사원장, 대법관 13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
│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인 │
├───────────┼─────────────────────────┤
│ 2차 개정(2003.2.4) │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
├───────────┼─────────────────────────┤
│ 3차 개정(2005.7.29) │국무위원,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임명·지명하는 헌법 │
│ │ 재판소 재판관 6인과 중앙선관위원회 위원 6인 │
├───────────┼─────────────────────────┤
│ 4차 개정(2007.12.14) │ 합동참모의장 │
├───────────┼─────────────────────────┤
│ 5차 개정(2008.2.29) │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
│ 7차 개정(2012.3.21) │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
│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
├───────────┼─────────────────────────┤
│ 8차 개정(2014.6.19) │ 특별감찰관 │
├───────────┼─────────────────────────┤
│ 9차 개정(2014.8.29) │ 한국방송공사 사장 │
├───────────┼─────────────────────────┤
│ 11차 개정(2020.8.18)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
└───────────┴─────────────────────────┘
이후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거듭 개정됐다.
2003년 2월에는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사정기관장이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됐다.
2005년 7월엔 장관 등 모든 국무위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대통령 임명·대법원장 지명)과 중앙선관위 위원 6인도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게 됐다. 사실상 오늘날의 인사청문회 모습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후에도 합동참모의장(2007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2008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총재(이상 2012년 3월), 특별감찰관(2014년 6월), 한국방송공사 사장(2014년 8월) 등으로 인사청문 대상자가 확대됐다.
최근인 2020년 8월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로써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는 법 제정 당시 23인에서 현재 67인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초기 23인은 헌법에서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수이기에 인사청문회와 이후 본회의 표결 결과가 해당 후보자의 운명을 결정했다.
나중에 추가된 44인은 헌법상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 없기에 인사청문회 결과에 상관 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다.
◇ 미국 인사청문 사전 검증 철저…FBI도 조사 참여
우리나라 외에 인사청문회 제도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역사가 긴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리 제도의 모델이기도 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미국 상원의 인준청문회와 공직후보자 검증절차'(2013) 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 인준동의안을 상원으로 보내기 전 철저한 사전검증을 한다.
여기엔 대통령 법률보좌관실,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정부윤리실이 참여한다.
특히 FBI는 후보자의 교육, 고용, 군복무, 재정·신용상태, 출생·이민·이혼상태, 마약·알코올 남용 등을 탈탈 털다시피 한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다.
미 연방헌법 2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에 별도의 임명 규정이 없는 모든 연방 공무원을 상원의 '조언과 동의'를 얻어 임명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미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행정부 기구 및 부처의 공직만 1천개에 달한다. 단, 상원이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직위의 중요도와 소관 위원회의 업무 부담에 따라 청문회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
상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20세기에 장관 후보자 중 상원이 인준을 거부한 사례는 3건이었고 21세기 들어서는 거부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사전 검증이 철저한 데다가 흠결이 있는 후보자에 대해선 대통령이 사전에 지명을 철회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한 사례는 10건이었다.
이처럼 미국 인사청문회 제도의 핵심은 사전검증의 효율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 심사단계의 이원화가 자주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원화의 골자는 학력, 경력, 범죄경력, 군경력, 재산형성 등의 개인 신상 검증과 업무능력 검증을 별도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2009)이라는 보고서에서 조사권이 부여된 상임위가 개인적 사항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집중하는 1차 예비심사를 한 뒤 2차 청문심사에서 이를 바탕으로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수행 능력을 심층적으로 검증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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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