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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다시 1,4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이달에만 2.6% 하락해 주요 통화 중 엔화 다음으로 가장 약세를 나타냈다.
금융시장에서는 오는 8월 1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환율 1,300원대 중반에서 1,400원 근처로…이달 36원 넘게 상승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8일 1,391.6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이달에만 36.3원 올랐다.
지난 17일 야간 거래에선 장중 1,396.5원을 찍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 4월 초 미국 상호관세 발효 소식에 1,487.6원까지 뛰었다가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이 시작되고,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던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하락했다.
환율은 지난 5월 약 5개월 만에 1,300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6월 30일 장 중에는 1,347.1원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이달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한 관세 서한을 공개하면서 8월 1일부터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외에도 일본,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에 관세 서한을 발송했는데, 일부 국가는 당초 4월에 발표된 것보다 관세율이 높아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전개하면서 시장에 스며든 긴장감이 환율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도 "무역 갈등 심화가 심각한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측면이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세 영향이 물가에 전이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늦어진 것도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지난주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지난 2월(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9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1주일 전 39.6%보다 높은 약 47.1%로 반영하고 있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관세의 경기 전이 효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약화와 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 강화 가능성도 최근 달러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 논란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파월 의장을 겨냥해 "사임하면 좋겠다"고 거듭 압박했다.
다만, 그를 해임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며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도 했다.
◇ 이달 원화 절하폭 주요 통화 중 2위…"환율 1,400원 넘을 수도"
원화는 이달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도 가치 하락 폭이 컸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18일 야간 거래 종가를 기준으로 이달 들어 2.61%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통화 중 유럽연합(EU) 유로(-1.41%), 영국 파운드(-2.39%), 스위스 프랑(-0.99%), 스웨덴 크로나(-2.15%), 캐나다 달러(-0.87%)는 원화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원화보다 더 떨어진 통화는 일본 엔(-3.19%) 정도다.
호주 달러(-1.05%), 중국 역외 위안(-0.33%), 대만달러(-0.72%) 등 다른 아시아 통화도 원화 보다는 강한 모습이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관세에 특히 민감하다"며 "내국인 해외 투자에 따른 구조적인 달러 수요도 원화 고유 약세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까지 원화 강세 폭이 컸던 데 따른 되돌림이란 분석도 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4∼6월 환율 단기 급락에 따른 되돌림으로 보인다"며 "달러화 가치 반등과 함께 수입 결제 수요가 있어서 환율 상승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8월 전후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환율이 1,400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8월 관세 유예 만료 시점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심화하면 1,400원을 상회할 수도 있다"며 "연준 금리 인하 지연이 환율 상승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미 연준 금리의 향방이 나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달 29∼30일 개최된다.
그는 "변수는 관세 협상 양상과 연준의 정책 경로"라며 하반기 환율 범위를 1,330∼1,420원으로 제시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하반기는 미국 성장 비관론 퇴색에 따른 달러 자산 수요 회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가 약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낙원 FX파생전문위원은 "미국 기대인플레이션, 물가가 달러의 방향을 이끌 것"이라며 하반기 환율 범위로 1,340∼1,420원을 예상했다.
이어 "파월 의장 해임설과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를 자극하고 있지만, 추이를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8월 1일까지는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환율이 3분기 평균 1,380원, 4분기 평균 1,35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의장 해임과 별개로 조기 지명될 차기 연준 의장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중국과의 정상회담 추진·무역 협상 과정에서 기존의 강경노선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봤다.
ss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