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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日만화가 예언' 2025년 7월 5일…일본 대지진은 없었다

기사입력 2025-07-26 10:36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하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그는 1986년 국회에 입성해 38년 만에 일본 정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직에 올랐으나, 연이은 선거 패배로 약 1년 만에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이시바 총리는 전임자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외교·경제 정책을 대체로 계승했다고 평가받는데, 그나마 본인만의 색깔을 내고자 한 핵심 정책 중 하나가 '방재청' 설립이다.

방재청은 일본 정부 내에서 각종 재해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을 조직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총리 직속 각료가 방재 대책과 관련해 다른 부처에 권고할 권리를 가진다. 권고 대상 부처는 이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재해에 대한 관심은 '방재대국'을 꿈꾸는 이시바 총리만 큰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 NHK는 뉴스 중에 몇 번씩 기상 정보를 알려주고, 재해가 발생하면 정규 프로그램을 바로 중단하고 관련 소식을 전한다.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되면 '기록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에서 자주 일어나는 재해로는 지진, 태풍, 집중호우, 폭설 등이 있는데, 아무래도 지진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큰 듯하다. 다른 재해는 대부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지진은 발생 시기와 장소를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올봄부터 일본 지진설이 회자했다.

발단은 홍콩에서 확산했다는 7월 대지진설이었고, 이 소문의 주요 근거는 일본 만화가 다쓰키 료가 펴낸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이었다.

그는 1994∼1998년 잡지에 게재한 만화를 모아 1999년 '내가 본 미래'라는 단행본을 펴냈는데, 이 책 표지에 '대규모 재해는 2011년 3월'이라는 문구가 있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을 예언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이 책의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완전판에는 출판사가 쓴 서문이 있다. 편집자는 "다쓰키 선생의 새로운 예언이 실렸는데, 그 예언은 진짜 대지진은 2025년 7월에 온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7월 대지진 관련 내용은 저자가 과거 인도 여행을 갔을 때 꿈에서 일본 열도 남쪽 태평양의 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봤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어 그는 최근에도 같은 꿈을 꿨다고 언급하고 "이번에는 날짜도 확실했는데, 그 재난이 일어나는 것은 2025년 7월"이라며 "갑자기 일본과 필리핀 중간 근처의 해저가 펑 하며 균열(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폭발로 인해 동일본 대지진 당시보다 높이가 3배가량 높은 쓰나미(지진해일)가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태평양 주변 나라에도 거대한 쓰나미가 닥쳤다고 덧붙였다.

예언 옆에 실린 그림에는 다쓰키가 이 꿈 꾼 시각이 2021년 7월 5일 오전 4시 18분이라고 기록됐다.

사실 다쓰키는 대지진이 일본에서 발생한다고 예고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한 진원은 규슈 남쪽이자 대만 동쪽 해역이다. 진원과 규슈 간 거리는 1천㎞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 지역으로는 홍콩, 대만, 필리핀도 지목했다.

2025년 7월 대지진설은 공교롭게 규슈 남쪽 도카라 열도에서 지난달 하순부터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도카라 열도에서는 6월 21일부터 이례적으로는 잦은 빈도로 지진이 발생했고, 대지진설 당일로 알려졌던 7월 5일에도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난 24일까지 도카라 열도에서는 약 한 달간 2천200회 넘는 지진이 일어났는데, 다행히도 이달 하순 들어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2025년 7월 일본 대지진설은 하나의 '설(說)'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7월 5일 일본에 거대한 쓰나미는 오지 않았다.

일본 기상청은 대지진설이 확산하자 현대 지식으로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일본에서는 언제 어디서라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비를 철저히 해 달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기상청은 도카라 열도 지진에 대해서도 최근 "지진 활동이 완전히 진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갑자기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서 지진은 기상청 지적대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숙지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다쓰키도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서 "중요한 것은 준비하는 것. 재난 이후 생활을 생각해 지금부터 준비·행동하는 것의 중요함을 새삼 인식하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2025년 7월 대지진' 예언이 아닌 지진에 철저히 대비하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psh59@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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