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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명당 5명 '뇌전증', 두 번 이상 원인 없는 발작 땐 의심

기사입력 2025-08-06 10:15


1천명당 5명 '뇌전증', 두 번 이상 원인 없는 발작 땐 의심
자료사진 출처=언스플래쉬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눈앞이 멍해지고 몸이 떨리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가 아닌 '뇌전증'일 수 있다. 흔히 '간질'로 알려졌던 이 질환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뇌전증은 뇌신경 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방전으로 인해 반복적인 발작이 일어나는 만성질환이다. 특별한 유발요인 없이 발작이 두 번 이상 발생하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과거에는 '간질'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으나,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해 현재는 '뇌전증'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문혜진 교수는 "5분 이상 발작이 멈추지 않거나, 연달아 발작이 발생해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는 '뇌전증 지속상태'라고 한다. 이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발병은 전 연령에서 가능하지만, 특히 5세 이하 소아기와 65세 이상 노년기에 많이 발생한다. 소아에서는 유전성 질환이나 출산 전후 뇌 손상, 대사 이상, 신경계 기형이 주요 원인이고, 성인에서는 뇌졸중,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치매, 뇌염과 수막염 같은 감염성 질환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약 5명이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뇌전증 진단의 핵심은 발작 양상을 상세히 듣는 병력 청취다. 환자 본인의 기억이 불완전한 경우가 많아 보호자나 목격자의 진술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뇌파검사(EEG)로 이상 전기 활동을 확인하고, 뇌 MRI나 CT를 통해 구조적 원인을 평가한다. 필요시 장시간 뇌파 감시 검사나 혈액검사, 소변검사, 뇌척수액 검사도 시행한다.

뇌전증 발작 분류는 2017년도 세계뇌전증퇴치연맹(ILAE) 기준에 따른다. 대뇌 양측 광범위한 부위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전신 발작', 국소 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 시작 발작', 발작 시작 부위를 알 수 없는 '불명 시작 발작'으로 나뉜다.

뇌전증은 실신, 공황장애, 틱장애, 기면증, 야경증 등과 혼동되기 쉬워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치료는 항뇌전증 약제를 사용하는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약은 뇌신경 세포의 과도한 방전을 억제해 발작을 막으며, 꾸준히 복용해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자의 약 70%는 약물치료로 발작이 조절되지만, 30%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이다. 이 경우 뇌 수술이나 뇌신경 자극술(미주신경자극술, 심부뇌자극술), 케톤생성식이요법 등을 고려한다.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약 복용은 필수이며, 수면 부족과 과음은 피하고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일부 약물이나 건강보조식품은 항뇌전증 약제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 전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뇌전증은 전염되지 않고 정신질환도 아니다. 대부분 유전되지 않으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1년 이상 발작이 없고 치료가 잘 유지되고 있다면 운전도 가능하며, 취업과 결혼에도 법적 제약은 없다. 다만 공공 교통수단의 운전이나 중장비 조작 등은 안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

문혜진 교수는 "뇌전증은 조절이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한 팀이 되어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1천명당 5명 '뇌전증', 두 번 이상 원인 없는 발작 땐 의심
문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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