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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강버스의 미래, 호주 브리즈번 '시티캣'서 찾다

기사입력 2025-08-07 11:09

(브리즈번=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 4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 도심 리버사이드 선착장 인근으로 접근 중인 수상 교통수단 시티캣(City Cat)의 모습. 브리즈번강 약 20㎞ 구간 22개 선착장을 오가는 시티캣은 버스·철도와 함께 브리즈번 시민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핵심 교통수단이다. 2025.8.7 kihun@yna.co.kr
(브리즈번=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 4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 도심 리버사이드 선착장에 접안한 수상 교통수단 시티캣(City Cat)에서 승객들이 내리는 모습. 이들은 대개 브리즈번 중심 비즈니스 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CBD)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라고 시티캣 관계자는 설명했다. 2025.8.7 kihun@yna.co.kr
(브리즈번=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 4일(현지시간) 호주의 수상교통수단인 시티캣(City Cat)에 탑승한 승객들이 선미에 있는 개방형 좌석에서 경치를 즐기는 모습. 2025.8.7 kihun@yna.co.kr
30년 운영경험 갖춘 브리즈번 대표 수상교통…한강버스 선도모델 꼽혀

정시성·접근성 탁월해 대중교통으로서 '합격점'…관광자원으로도 활용

SH·한강버스, 현지시찰로 운영 노하우 벤치마킹…개선·보완점 발굴

(브리즈번=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 4일(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의 주도 브리즈번의 리버사이드(Riverside) 선착장.

출근 피크 타임인 오전 8시께 브리즈번강을 따라 수상 교통수단인 시티캣(City Cat) 한 척이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선착장에 들어왔다.

배가 멈추자 갑판수가 능숙하게 배의 측면 안전문을 열고 선착장에 밧줄을 걸었다.

이어 배와 선착장 사이 승선대가 놓이자 출근 복장 차림의 승객 70∼80명이 차례차례 배에서 내렸다.

이들은 대개 브리즈번 중심 비즈니스 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CBD)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라고 시티캣 관계자는 설명했다.

선착장에서 CBD까지가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데다 정시성도 훌륭해 시티캣은 대중교통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티캣의 대중교통으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출근길 아침 풍경이었다.

◇ 정시성·접근성 탁월…한강버스보다 빠르고 날렵

브리즈번강 약 20㎞ 구간 22개 선착장을 오가는 시티캣은 버스·철도와 함께 브리즈번 시민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핵심 교통수단이다.

1996년 첫 운항을 시작해 약 30년의 운영 경험을 갖췄으며, 9월 서울 한강에서 선보일 한강버스의 선도 모델로 평가된다.

한강버스의 운영을 맡은 ㈜한강버스와 대주주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시티캣의 운영 노하우와 선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 3∼7일 브리즈번을 방문했다.

동행 취재에 나선 기자가 탑승한 시티캣은 135인승(입석 포함) 모델로, 시범운항 중인 한강버스(199인승)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시티켓은 쌍동선 구조로 안정성은 높이되 물에 잠기는 부분을 최소화해 저항을 줄이고 연비 효율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에 선착장에 배를 대거나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한결 빠르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구조를 최대한 효율적이고 간결하게 설계함으로써 승선·하선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은 높인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배의 규모 면에서 안정감이나 에어컨 등 편의 시설 측면에서는 한강버스가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 시티캣, 대중교통 기능뿐 아니라 필수관광 코스로 자리매김

실제 타본 시티캣은 속도나 안정감 측면에서 나무랄 데 없었다.

리버사이드 선착장을 떠난 시티캣은 맞바람을 맞으면서도 강을 거슬러 시속 20노트(약 37㎞/h) 가까이 속도를 올렸고,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실외 개방형 좌석(36석)도 갖춰 선수와 선미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티캣은 단순한 대중교통을 넘어 브리즈번을 여행할 때면 꼭 타봐야 하는 필수 관광코스로도 자리매김했다.

실제 오전 출근 피크타임이 지나 낮이 가까워지자 시티캣 탑승객은 직장인보다는 관광객,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아졌다.

브리즈번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매력적 수변공간도 시티캣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시티캣 운행으로 수변개발지에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수변공간 활성화가 시티캣 이용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셈이다.

한 브리즈번 시민은 "시티캣은 노선이 제한적이라 자주 이용하는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주말에 강변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주로 시티캣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시티캣 노선은 총 7개 노선(일반 1개, 급행 2개, 단거리 4개)으로 구성돼있다.

평일과 토요일 약 10∼15분 간격, 일요일과 공휴일은 약 15∼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노선이 제한적이고 소음 등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자가 체감하기에 소음이 견디기 힘든 수준은 아니었다.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시티캣 관계자는 설명했다.

◇ 한강, 수상교통 활성화엔 불리한 조건…한계 극복이 관건

9월 정식 운항 예정인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옥수-압구정-뚝섬-잠실 7개 선착장을 출퇴근 시간 기준 15분 간격으로 오간다. 총사업 구간은 약 31.5㎞다.

도심을 관통하는 강을 따라 운항한다는 점에서 시티캣과 한강버스는 유사점이 많다. 탑승 인원과 속도, 승객 편의시설, 요금 결제방식 등에서도 겹치는 점이 많다.

차이점과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접근성에서 한강은 훨씬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

한강은 강변에 고속화도로와 공원이 있어 도보 접근 거리가 다소 긴 편이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마곡·망원·압구정·잠실 등 4개 한강버스 선착장에 신설 또는 조정한 시내·마을버스 총 8개 노선을 연결하는 등 접근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기후 및 계절 요인에서도 두 도시 간 차이가 크다.

브리즈번은 연중 온난하고 비도 국지성으로 짧게 오는 편이라 운항 차질이 드물다. 브리즈번의 경우 연중 악천후로 인해 시티캣 운항이 중단되는 날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고 시티캣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서울은 여름 장마·태풍, 겨울 한파·결빙 등 계절 영향이 뚜렷하고, 안전 이슈로 운항이 중단될 우려가 큰 편이다.

한강은 브리즈번강보다 수심이 얕고 유속과 수위 변화가 크며, 상대적으로 교량이 많은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한강버스와 SH는 이번 현장 시찰을 바탕으로 한강버스 개선점을 발굴하고 중장기 활성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황갑복 SH 한강사업처장은 "브리즈번 시티캣 방문은 약 30년간의 숙련된 운항 기술과 유지보수 시스템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함으로써 정식운항에 필요한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SH는 앞으로 한강버스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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