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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지금쯤이면 싱싱한 대파가 허리춤까지 와야 하는데…, 물이 필요하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1일 강릉시 외곽의 한 대파밭에서 작업을 하던 농민 이영규(74)씨는 "이런 지독한 가뭄은 생전 처음"이라며 "며칠 전까지 찔끔찔끔 물이라도 줄 수 있었으나 이제 사람 먹을 물을 걱정해야 할 판이니, 이제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의 2천100㎡ 규모 대파밭은 10월 중순쯤 출하할 계획이었다.
정상대로라면 대파가 지금쯤 허리춤까지 자라서 밭고랑이 보이지 않을 정도여야 하지만 아직 발목까지 올라온 정도다.
이씨는 "올해는 정상적인 수확은 포기했다"며 한숨 쉬었다.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쩍쩍 갈라진 밭고랑에는 물을 주던 호스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강릉시민 18만 명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는 식수 확보를 위해 농업용수의 경우 그동안 3일 공급, 7일 제한하던 것을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난 30일 이후 아예 공급을 중단했다.
이씨 밭 인근의 대파밭은 더 처참했다.
대파밭은 온통 누렇게 변해 대파 본래의 녹색은 아예 찾아볼 수 없고 누렇게 죽은 모습이다.
물 공급하던 밭 구석의 발전기는 힘없이 꺼져있고 물을 공급하던 호스는 쪼그라들어 나뒹굴고 있었다.
주변에서 밭 주인을 찾는 기자에게 인근에 있던 한 농민은 "애써 키운 농작물이 저런 지경으로 타 죽었는데 와 보고 싶겠냐?"며 타들어 가는 농심을 대신 전했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현재 14.5%로 예년 이맘때 저수율(71.7%) 4분의 1 수준이다.
물 공급 하한선인 '사수위'까지 수위가 불과 7.94m만 남았다.
정부는 제한급수 등 대책이 시행됨에 따라 가변적이나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4주 내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9.7%까지 떨어지며 1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김봉래 강릉농민회(준) 회장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강릉의 논밭은 메말라 병충해가 번지고 수확은 줄어들어도 농민들은 고통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다"며 "농업용수 확보와 피해보상 등 농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지원대책과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yoo2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