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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당면 과제는 '정년 연장'…약칭 '고용부'서 '노동부'로 변경"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내달 1일부터 산업안전감독 과정에서 안전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지시 없이 즉각 사법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 연 출입기자단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에는 사업장에서 안전 의무 위반 사항이 적발돼도 10일간 시정지시를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만 수사에 들어갔다.
노동부는 사업주들이 선제적으로 안전 조치를 취하게끔 10월 1일부터 별도의 경고 없이 즉시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범죄사실이 인지되면 검찰에 송치한다.
김 장관은 "국민이 스스로 산재 예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전일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내년부터 중대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분들에게 포상도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김 장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살필 것"이라고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3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장관은 "시뮬레이션하려면 양대 노총과 협의가 돼야 한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실제로 제안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장관과 일문일답.
-- 노란봉투법 후속 조치로 시뮬레이션을 고민한다고 했다. 구상 수준인지, 노조와 논의되고 있는지.
▲ 이번 법 개정은 노사가 대립을 넘어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정부는 앞으로 (법 시행까지) 6개월 준비기간 동안 차분하게 그 길을 만들겠다. 지역·업종별 주요 기업의 원하청 관계를 함께 진단하고, 교섭 표준모델, 시뮬레이션, 그 밖에 상생의 교섭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들도 마련하겠다. 6개월 준비 기간 동안 양대 노총의 주요한 사업장에서 모범 원하청 공동 노사협의회를 추진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살필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제 아이디어고, 하려면 양대 노총과 협의가 돼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제로 제안해볼 생각이다.
--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우려와 함께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비판이 있다.
▲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돼 정규직과 차이가 없어진다면 굳이 정규직을 요구할 이유가 있겠나. 정규직 요구의 본질은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다. 만약 하청업체라도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면 굳이 원청 대우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 산업재해를 막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기대만큼 예방 효과가 없어 보인다. 현실적 애로사항이 무엇인가.
▲ 제가 '직을 건다'고 얘기한 건 절대 레토릭(정치적 수사)이 아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산재사고 사망만인율을 1만명당 0.39명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명당 0.29명)까지 낮출 것을 제시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일반감독 과정에서 안전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지시 없이 즉각 사법 조치할 것이다. 골목 사업장의 중대재해 발생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월 중순 이전에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 우리는 그동안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등을 얘기했지만, OECD 수준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산재사망율, 성별임금격차 등을 과제로 올린 경우는 없었다.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잘 살기 위해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사람 목숨을 귀중하게 생각하라'는 본질적 질문을 잊었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조만간 '노동안전관계장관회의'(가칭)를 개최할 것이다.
-- 노동안전관계장관회의(가칭)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구체적인 건 아니어서 가칭이다. 산재사고가 많은 건설업에서 노동부는 직접적인 인·허가권을 갖고 있지 않다. 2명 이상 사망했을 때 건설 면허 취소도 노동부는 건의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국토부에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께서 산업안전 주무 부처는 노동부니까 부처 간 의견을 잘 모으라고 지시하셨다. 노동안전관계장관회의에서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각종 제재를 논의하는 방안을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있다.
-- 산재 관련 민간기업에는 면허 취소 등 강력 제재를 고려하다 보니 공공 부문과의 형평성 지적이 제기된다.
▲ 경북 청도 열차 사고로 김천부터 청도까지 완전히 통제하고 작업을 중지시키는 등 공공 부문도 강력히 제재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사고 다음 날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가 수리됐다. 다만 유인책도 있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의 노동안전 분야 배점을 2.5점에서 0.5점으로 줄였다. 코레일 사고를 예로 들면 선로 용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외주를 쓰게 되고, 비용 절감을 많이 해야 경영평가가 좋아서 무리하게 작업했다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 경영평가에서 안전성·공공성 등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사회적 비용도 배점을 높여야 한다.
-- 산재 감축을 강조하다 보니 일선 산업안전감독관의 부담이 상당할 듯하다. 과도한 성과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산재를 줄이기 위해 청별로 목표치를 할당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보여주기식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균형이 중요하다. 청별로 단기 목표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감독관이 가서 조치하고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더 나아가서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했다.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장관이 책임지겠다.
-- 국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도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어떤 주제로 사회적 대화를 하는 게 맞는다고 보나.
▲ 당면 과제는 '정년 연장'이다. 노동시장 고령화 문제도 있지만 중요하게는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를 줄여서 악화하는 노인 빈곤율을 방지하기 위한 문제다. 정년 연장은 청년세대 일자리 문제와도 충돌한다. 여러 가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노사정 합의가 쉽지 않지만 사회적 대화가 왜 유용한지 잘해보고 싶다.
--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등 과정에서 조직 개편 필요성이 언급된다.
▲ 동일가치노동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직무 분석 없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가칭 노동부 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할 임금정책국 신설을 얘기했다.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올가을에 근로기준법이 법제화되면 조직이 필요할 거고 조직 신설을 요청할 것이다.
-- 약칭을 노동부로 바꾸는데 행안부와 협의가 이뤄진 건지.
▲ 행안부와 협의가 돼서 오늘부로 공식 약칭을 노동부로 바꾸게 된 것이다. 고용과 노동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고용이 단순 숫자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의 가치와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고용되지 않은 일반 시민, 사용자 없는 노동자, 스스로 고용된 자영업자도 공통된 점은 노동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노동의 가치를 광범위하게 보호하겠다는 의미에서 노동부로 약칭을 바꿨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다. 고용노동부 정식 명칭을 변경하는 것까진 고민하지 않고 있다.
ok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