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으로 설명되는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9%)로 구성돼 있다.
윔프는 암흑물질 후보 물질 중 하나로,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다.
전자나 양성자보다 훨씬 무겁지만, 빛이나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검출하기 어렵다.
우주방사선 등 배경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하 깊은 곳에서, 지구의 초정밀 검출기를 이용해 윔프의 흔적을 포착하려는 실험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은하 내 암흑물질과의 상대 속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검출기에 포착되는 충돌 신호의 빈도가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연간 변조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마 연구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런 변조 신호를 관측했다고 주장했는데, 이후 다른 어떤 실험에서도 같은 신호가 재현되지 않아 '다마 미스터리'는 물리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다마 실험을 검증하기 위해 2016년 강원도 양양 지하 700m 깊이에서 코사인-100 실험을 시작했다.
다마 실험과 같은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이용한 검출기를 사용하고, 에너지 측정방식도 다마와 동일하게 적용해 2023년까지 6년 넘게 실험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다마가 주장한 암흑물질 연간 변조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신뢰도 99.7%를 넘는 수준으로, 다마가 주장한 신호는 암흑물질에 의한 것이 아니며 동일한 실험 조건에서 재현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경쟁 연구팀인 '스페인 아나이스(ANAIS)-112' 실험팀에서도 6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마가 주장한 신호를 압도적 신뢰 수준으로 부정하는 검증 결과가 나왔다.
이현수 지하실험연구단 부단장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한국이 주도한 실험으로 세계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에 답을 제시할 수 있어 기쁘다"며 "특히 두 독립적인 실험이 같은 결론에 도달한 이번 공동연구는 완벽한 교차 검증의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영덕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앞으로 정선 예미랩에서 시작될 차세대 실험을 통해 새로운 암흑물질 탐색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양양에서의 임무를 마친 코사인-100 실험은 현재 정선에 새로 구축된 지하 1천m 깊이 실험실인 예미랩으로 옮겨 성능을 한층 높인 '코사인-100U'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검출기에 섬광 수집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을 적용해 기존보다 더 낮은 에너지 영역까지 탐색 범위를 확장하고, 낮은 질량의 암흑물질을 탐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이날 자에 실렸다.
jyou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