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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반미연대 기치 높인 중국…더 뚜렷해진 美中 대결구도

기사입력 2025-09-04 08:09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2025.9.3 chung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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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승절 계기로 부각된 진영 논리…친미냐 친중이냐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80주년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반미 연대 결속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의 압박이 멈출 줄 모르고 거세지자 중국도 오랜 사회주의 맹방과 친중 국가들을 규합해 미국을 앞세운 서방 진영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행사에는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과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등 각국 정상급 20여명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함께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우 첫 전승절 참석이자 다자외교 데뷔전이란 점에서 중국과 북한 양측 모두 여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정상이 1959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 한 자리에서 대면한 점을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중·러·북 삼국 간 밀착이 향후 본격화할 가능성을 보여준 장면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동맹이었던 과거가 있지만, 지정학적으로는 껄끄러운 경쟁 관계일 수밖에 없는 이들 세 나라가 오랜만에 다시 뭉친 이유는 공동의 적이 있어서다. 세 나라 모두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시 주석 집권 이후 미국의 동반자보다는 주적으로 인식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각종 대중(對中) 제재와 규제에 동참하도록 해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 한다.

중국이 깃발을 들고 중·러·북 삼국이 힘을 합쳐 세계 반미 연대 구축을 본격화한 건 현재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마음 급한 중국의 바람대로 이들 삼국을 중심으로 한 반미·반서방 연대의 국제사회 영향력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생긴다. 중·러·북이 밀착하는 강도만큼이나 한미일 공조 역시 강화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결속력을 더 굳힐 것이므로 반중 연대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다. 만일 친미와 친중으로 세계가 갈라져 장기화할 경우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국익을 더 챙길 수 있는 진영을 선택하는 나라들이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를 중심으로 한 국력 면에서 중국 편에 선 나라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은 중국 중심 반미연대의 함정이다. 한 꺼풀 들춰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과 이해관계도 적잖이 다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장기화로 국력을 많이 소모해 입지가 좁아진 만큼 손익 계산에 따라 중국 편에 못 서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당장은 미국이 걸림돌이나 장기적으론 국경을 맞댄 중국이 영원한 숙적이자 잠재적 위협이기도 하다. 친중반미 연대의 나머지는 옛 소련 연방이었거나 동유럽 옛 공산국가들, 베네수엘라와 파키스탄 등 남미·아시아·아프리카의 친중 국가들이다. 북한과 이란처럼 불량 국가로 지목된 나라들도 있다. 시 주석이 열병식에서 각국 간 화합과 상조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자고 호소했지만, 친중연대 국가들의 면면과 행적을 보면 인류를 상대로 보편 규범과 목표를 제시할 만큼의 자격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대결 구도는 이번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더욱 뚜렷해졌다. 양국 정상의 발언에도 날카롭게 날이 설 정도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서 인류가 평화와 전쟁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며 '필승 의지'를 천명했다. 미·중 대결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을 꺾고 세계 선도 패권국이 되겠다는 국정 목표를 재확인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당히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날 전승절 행사를 "미국에 대항하려는 모의"로 규정할 정도였다. 푸틴과 김정은에게도 안부를 전해달라는 우회적 경고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대전 당시 아시아 절대 강자였던 일본으로부터 중국이 자유를 찾도록 미국이 많은 인명 피해를 감수하며 막대한 지원을 해줬는데도 중국이 이를 기리지 않는다는 취지로도 비판했다. 미·중 양국 간 감정이 점점 더 악화해가는 분위기다.

lesli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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